“한국천문연구원, 독자 우주망원경 개발 본격화”…첨단 광학기술 독립→미래 우주산업 전략
우주를 향한 도전의 서막이 다시 열리고 있다. 한국천문연구원이 순수 국내 기술로 자립형 우주망원경 개발에 나서며, 5년 내 첫 발사라는 야심찬 목표를 천명했다. 박장현 원장은 지난 10일 취임 첫 기자간담회에서 “임기 중 가장 중점적으로 추진할 과제는 자체 우주망원경 개발”이라 밝혔으며, 이는 한국이 설계·제작·발사 전 과정을 독자적으로 이끌어내겠다는 의지를 표명하는 장면이었다.
그간 한국 항공우주산업계는 국제 공동 프로젝트에 참여했으나, 핵심 임무 설계와 시스템 주도권은 외국에 있었음이 한계로 지적돼 왔다. 박장현 원장은 “국제 협력의 경험은 중요하지만, 남이 설계한 프로젝트에 단순 참여하는 것만으로는 우리 기술자립에는 결코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SPHEREx와 같은 국제 협력 프로젝트 참여의 결과는 논문 몇 편에 머물렀을 뿐 국내 산업화 파급력은 제한적이었다고 평가된다. 이번 신규 프로젝트의 특징은 광학망원경 등 전 분야에 걸쳐 국내 기술 비중을 70% 이상으로 끌어올려, 배터리·광학 부품·위성 통신 기술 등에 대해 실질적 우주 환경 검증과 산업화 기반 마련을 염두에 둔 점이다. 예산은 700억~800억원 수준이 될 전망이며, ‘K-드리프트’, ‘S-드리프트’ 등 지상 및 우주 기반 사업이 병행된다.

우주개발이 과거 과학 탐사에서 미래 산업을 넘어 국민 생존의 전략 동력으로 진화하는 국면에서, 천문연은 연구 개발 중심 구조를 넘어 실질적 산업 생태계로의 전환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실제로 미국 CSIS의 ‘우주 위협 평가 보고서’에서 언급된 지정학적 상황처럼, 중국, 러시아, 북한, 일본 등 주변 국가 모두 우주개발을 통해 전략적 주도권을 확보하고 있다. 박장현 원장은 “우주가 전략 산업에서 국가 생존의 영역으로 이동했다”면서, 연구개발의 한계에서 벗어나 국내 산업과 수출 기반 확충이 동반돼야 지속 가능한 경쟁력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비전 아래 천문연은 우주항공청과 긴밀한 협력, 예산 투입, 학계와의 연계를 통해 올해 말 또는 내년 초 구체적 우주망원경 개발 로드맵을 발표할 예정이다. 박장현 원장은 30여년 간 위성탑재체, 우주천문, 우주위험감시 등 폭넓은 현장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순수 학문과 공공정책의 균형, 그리고 국가·산업적 요구를 동시에 아우르는 조직 개편을 예고했다. 우주망원경 프로젝트가 한국 우주기술 자립과 첨단 산업화의 도약대가 될 수 있을지, 산업계와 학계 모두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