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I 2개월 만에 64달러 돌파”…미국 고용 탄탄·미중 관세 해빙에 국제유가 강세
초여름의 서정 위에 퍼지는 석유 시장의 변화가 다시 한번 국제 원유시장을 흔들고 있다. 6월 6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7월 인도분이 전 거래일보다 1.21달러, 1.91%가 상승하며 배럴당 64.58달러에 마감했다. 이는 종가 기준 지난 4월 22일 이래 64달러 선을 처음으로 넘어선 것이며, 약 2개월 만의 최고치다. 브렌트유 역시 1.13달러, 1.73% 오른 66.47달러로 장을 마치며 지난달 중순 이후 가장 높은 가격에 도달했다.
유가가 힘차게 되오르는 밑바탕에는 미국 경제의 굳건함이 자리하고 있다. 같은 날 발표된 미국 노동부의 5월 고용보고서에 따르면 비농업부문 고용이 13만9천 명 늘어나며 시장 예상을 넘어서는 견조함을 보였다. 무역 분쟁의 그림자가 여전한 와중에도 노동시장이 견실함을 지키자, 들려오던 경기 둔화의 우려가 한풀 꺾였다. 투자자들은 원유 수요 위축에 대한 걱정을 잠시 내려놓고, 에너지 시장에 대한 기대감의 끈을 다시 잡았다.

또한 미중 양국 정상 간의 직접 통화가 있었다는 소식이 퍼지자, 글로벌 투자심리는 햇살 한줄기처럼 따뜻해졌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통화를 갖고, 오는 9일 영국 런던에서 미중 무역협상을 이어갈 계획임이 확인됐다.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인 중국과 미국의 관계에 해빙 무드가 감돌자, 전 세계 원유 수요가 앞으로 더 활기를 찾으리라는 기대로 다시금 무게추가 움직였다. 미국 측 대표단과 중국 대표단의 직접적인 협상 재개 일정이 구체적으로 제시되면서, 국제 시장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무역과 경기의 이슈를 넘어 원유시장을 에워싼 또 다른 그림자, 지정학적 리스크의 기운도 강해지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BMI 리서치는 만약 미국이 베네수엘라에 추가 제재를 가하게 된다면 원유 수출 제한이 불가피해질 수밖에 없고, 이스라엘의 이란 시설 공격 가능성 역시 유가의 상방 움직임을 자극하는 관측이 깔렸다고 전했다.
HSBC는 계절의 변화 또한 시장 흐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 내다봤다. 여름철 특유의 수요 증가와 함께 OPEC+ 산유국 연합체의 증산이 맞물리며, 2분기와 3분기에는 시장이 큰 충격 없이 안정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하반기 들어 OPEC+의 증산 속도가 빨라진다면 예상 외의 공급 과잉이 나타날 수 있다는 진단도 덧붙였다.
이번 유가 급등은 미국의 견조한 고용지표, 미중 무역 긴장 완화 조짐, 지정학적 위험의 부상과 계절적 수요가 복합적으로 교차하며 나타난 움직임으로 읽힌다. 완화의 기운이 감도는 미중 관계가 이윽고 전 세계 원유시장에 안도감을 불어넣는 한편, 공급과 수요의 저울질 속에 에너지 가격의 향방이 계속해서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깊어지는 국제 유가 흐름은 앞으로도 세계 경제와 금융시장, 실물 산업에 연쇄적인 파장을 전할 전망이다. 소비자와 기업, 투자자 모두 유가 변동성에 대비하며 OPEC+의 정책 방향, 미중 무역회담 결과, 지정학적 갈등의 전개 양상을 지속적으로 주시할 필요가 크다. 여름을 앞둔 지금, 다음 분기 전망과 예정된 회담의 결과 역시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물결을 결정할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