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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형래, CF 한 편이 아파트 값이었다”…동치미에서 무너진 영광→가슴속 공허함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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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형래, CF 한 편이 아파트 값이었다”…동치미에서 무너진 영광→가슴속 공허함 고백

강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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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릿한 조명 아래, 심형래의 표정에는 오래도록 말하지 못했던 이야기가 머물렀다. 한때 대한민국을 뒤흔든 개그 아이콘의 모습이 아닌, 지난 상처와 후회의 흔적이 묻어난 밤, MBN ‘동치미’ 스튜디오는 뮤트된 온기와 숨죽인 기대감으로 가득찼다. 칼날같이 예리한 인생의 순간이 조용히 펼쳐지자 방청객들은 숨을 죽였고 동료 MC들 역시 무게를 느꼈다.

 

심형래는 오랜만에 방송에 나와 자신의 이혼 속사정과 함께 지난 날의 상처와 공허함을 차분히 꺼내놓았다. 그는 오랜 세월 가족 곁을 지키지 못한 이유에 대해, “꼭 돈을 벌려고만 나갔던 것은 아니었다. 영화 촬영과 사업 등으로 여러 달 집에 못 들어간 적도 많았다”고 지나간 시간을 돌아봤다. 자신에게 얹혀 있던 가장이라는 책임감, 그리고 그 책무와 꿈의 충돌 끝에 남은 이혼의 현실을 고백하며 “3~4개월씩 집을 비우다 결국 그 공허함에 이혼을 당했다. 이어지는 사업 실패로 점점 벼랑 끝으로 몰렸다”고 덧붙였다.

“억소리 나는 수입 고백”…심형래, ‘동치미’서 이혼 속사정→사업 실패까지 털어놨다
“억소리 나는 수입 고백”…심형래, ‘동치미’서 이혼 속사정→사업 실패까지 털어놨다

웃음만 남겼던 심형래의 전성기 시절, 그 이면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수입이 있었다. 그는 “CF광고만 100편 이상 찍었고, 출연한 영화만 118편이었다. 당시 압구정 아파트 한 채 값이 7천8백만 원, 나는 CF 한 편 찍을 때마다 8천만 원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김용만이 “CF 한 편에 아파트 한 채 값이었다”고 정리하자, 스튜디오엔 놀라움과 탄식이 동시에 일렁였다. 방청객들은 “100채의 아파트가 어디 갔냐”는 질문을 던졌고, 심형래는 “사업에 잇따라 실패하며 모은 돈을 모두 잃었다”고 덤덤히 말했다. 명예와 부의 절정에서 추락한 그의 현실에 숙연함이 흘렀다.

 

그러나 이날 ‘동치미’의 공기는 무겁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개그계의 세 아이콘, 임하룡과 이홍렬, 그리고 심형래 세 사람이 처음으로 한 자리에 모여 불꽃튀는 유쾌한 입담을 보여줬다. 약 30년 만에 부활한 임하룡과 이홍렬 콤비의 ‘귀곡산장’ 코너도 뜨거운 반응을 이끌었으며, 세 사람은 빠르고 노련한 호흡 속에서도 세월 너머 변치 않는 진심을 우려냈다.

 

누구보다 많은 박수를 받았지만, 가장 뜨거운 외로움도 함께 견뎌야 했던 심형래의 진솔한 이야기는 보는 이에게 깊은 울림을 남겼다. 한 시대를 풍미한 이름들이 자신만의 속내와 무게를 고백하는 밤, 웃음과 쓸쓸함, 그리고 망각된 영광이 하나의 감정으로 흐르는 무대가 탄생했다. 한편, 옛 추억과 새로운 감정이 교차하는 MBN ‘동치미’는 매주 토요일 밤 11시 방송된다.

강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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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형래#동치미#임하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