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여사 챙겨보고 있다”…이종호 특검 출석, 도이치 주가조작 수사 본격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을 둘러싼 핵심 인물들이 다시 소환됐다. 김건희 여사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와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21일 정면으로 맞붙었다. 특검의 소환조사가 이뤄지자, 여권과 야권, 각 정치 진영의 공방도 갈수록 격화되는 양상이다.
이종호 전 대표는 21일 오전 9시 57분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 웨스트에 위치한 특검팀 사무실에 출석했다. 양측이 쏟아내는 의혹과 반론이 엇갈리는 가운데, 그는 측근을 대동하고 취재진을 피해 출입구를 달리했다. 이 전 대표는 도이치모터스 1차 작전 주포인 이정필씨로부터 2022년 6월부터 2023년 2월까지 25회에 걸쳐 약 8천만 원을 받고 실형 대신 집행유예 판결이 날 수 있게 힘썼다는 변호사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다.

수사팀은 이종호 전 대표가 이정필씨 등에게 “김 여사나 VIP에게 얘기해 집행유예를 받게 해주겠다”, “재판부와도 이야기를 해뒀다”, “김 여사가 사건을 계속 챙겨보고 있다”고 언급한 정황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도이치 주가조작 수사 과정에서 해당 혐의를 확인하고 19일 이 전 대표의 자택과 차량을 압수수색해 휴대전화와 과거 명함 등 증거를 확보했다.
그러나 이 전 대표는 이정필씨와의 금전거래를 전면 부인했다. 그는 “특검팀이 특정한 범죄시기엔 나도 재판을 받고 있던 중이었다”며 “이정필과 어떠한 금전거래도 없었고 밥도 내가 사줬다”고 입장문을 통해 밝혔다. 또 “적용된 혐의가 변호사법 위반이라는 점은 삼부토건 주가조작 혐의를 뒷받침할 단서가 없다는 의미”라고 주장했다. 그는 특검팀이 특정한 만남 날짜와 실제 자신의 행적이 다름을 입증하는 알리바이 자료 제출도 예고했다.
정치권과 사회 일각에서는 이 사건이 단순 주가조작 의혹을 넘어 김건희 여사, 윤석열 전 대통령을 겨누는 수사로 확장될지 주목하고 있다. 이종호 전 대표는 도이치모터스 2차 주가조작(2010년 10월~2012년 12월)에서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시세조종을 주도하며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확정받은 인물로 알려졌다. 법원은 시세조종엔 김 여사 명의 계좌 3개와 그의 모친 계좌 1개가 사용됐다고 판단했다. 이 전 대표가 김 여사 계좌를 관리했다는 점도 확인돼, 수사의 다음 행보에 정치권 이목이 쏠린다.
특히 삼부토건 주가조작, 임성근·조병노 구명로비 등 의혹까지 연결되며, 이종호 전 대표가 김건희 여사 측과의 ‘연결고리’ 역할을 했다는 시각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에 따라 이날 특검의 소환 조사 결과와 앞으로 제출될 증거가 도이치모터스 수사의 새로운 변곡점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날 국회와 정치권은 이종호 전 대표 소환을 둘러싸고 정쟁이 다시 점화됐다. 특검팀은 주가조작 전반에 대한 추가 소환조사와 관련자 압수수색 등 수사를 이어갈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