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도적 4타차 일그러진 미소”…셰플러, 디오픈 재패→PGA 17승 위업
구름이 흐린 그린 위, 수많은 갤러리가 조용히 마지막 퍼트를 지켜냈다. 시즌 마지막 메이저 대회인 디오픈 결승 라운드, 스코티 셰플러의 퍼터가 굳건하게 움직인 순간, 환호와 박수가 그린 위를 가득 채웠다. 메이저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린 셰플러의 표정에는 환희와 안도, 고된 레이스 끝에 마주한 고요한 성취가 고스란히 담겼다.
21일 영국에서 막을 내린 디오픈 챔피언십에서 셰플러는 단 한 순간도 흔들림 없는 경기력으로 정상에 올랐다. 2022년 이후 3년 반 만에 메이저 4승, 통산 17번째 PGA 투어 우승을 동시에 달성했다. 이번 우승은 그의 커리어에 선명한 분기점이 됐다. 동료 선수인 로리 매킬로이, 잰더 쇼플리 등은 “현역 중 전성기 타이거 우즈에 견줄 만하다”며 “최근 2년간 완벽에 가까운 경기력”이라고 입을 모았다.

그의 우승 메이킹에는 항상 날카로운 호흡이 깃들었다. 역대 17번 우승 중 연장전 2회, 1타 차 접전 3회를 제외하곤 모두 넉넉한 스코어 차로 우승했다. 최근 5승에서 모두 4타 이상 격차로 경쟁자를 압도했다. 메이저 4승, 플레이어스 2승, 아놀드 파머 인비테이셔널과 메모리얼 토너먼트 2승 등, 세계 최고 권위 대회에서도 늘 선두 그룹을 지켰다.
특히 셰플러는 단독 선두로 최종 라운드를 맞은 14개 메이저 대회 중 11번이나 우승했다. 공동 선두를 합산하면 18회 중 12회, 최근 10번 연속 단독 선두 출발 시 모두 트로피를 차지했다. 이번엔 11연속 기록까지 더해지며, 기록을 넘어선 내면의 힘이 빛났다.
경기력의 밑바탕은 단단하다. 평균 드라이버샷 비거리 305.6야드를 기록하며, 티샷 관련 이득 타수 1위(0.7타)에 올랐다. 페어웨이 안착률도 62.16%, 그린 적중률 70.75%(8위), 어프로치 이득 타수 1위(1.29타)를 각각 기록하며 흔들리지 않는 기량을 선보였다. 퍼트 실력 역시 평균 1.708개(4위)로 안정감을 갖췄다.
불안 요소가 적은 견고함과 더불어, 극한 상황에서도 흔들림이 없다. 디오픈 최종 라운드 8번 홀 더블보기 이후 곧바로 9번 홀 버디로 만회해, 변곡점마다 강한 집중력을 재확인시켰다. 올 시즌 16개 대회 전 경기 25위 이내의 꾸준한 성적, 11개 대회 연속 톱10 진입 역시 눈길을 끈다.
셰플러가 한층 더 차분해지는 순간은 비교의 시점이다. “전성기 타이거 우즈와 비할 수 없다”며, “나는 아직 메이저 4승이다. 골프를 잘 치기 위해 노력해왔고, 디오픈 우승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벅찬 기분”이라는 그의 소감에는 스스로를 채찍질하는 자부심과 겸손이 담겼다.
시선을 모으는 또 다른 기록은 아직 남아 있다. 만약 US오픈까지 우승한다면 커리어 그랜드슬램이란 위업도 가능하다. 그러나 셰플러는 “타이틀보다 매 순간 집중하는 자세가 더 중요하다. 성장에 더 주목하고 싶다”는 입장을 덧붙였다.
셰플러의 다음 목표는 남은 US오픈 등 메이저대회에서의 활약이다. PGA투어 통산 17승, 세 시즌 연속 4승, 2,000만달러 돌파가 확실시되며, 역사적인 골프 스타의 진면목을 계속 써내려가고 있다. 그가 그린 위로 걸어 나올 때마다 골프 팬들은 묵직한 감동과 진한 응원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