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대법관 증원에 공론장 촉구”…대법원, 사법개혁 논쟁 속 국회 협의 가속화→국민 우려 고조
조희대 대법원장이 대법관 증원법 논란과 관련해 이례적으로 입을 열었다. 역사의 흐름 위에 서 있는 그는 출근길 기자들 앞에서 “공론의 장이 필요하다”고 천천히 운을 뗐다.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에서 추진 중인 법원조직법 개정안, 그 중심에는 대법관 수를 두 배 이상으로 확대하는 획기적 변곡점이 숨쉬고 있었기에, 사법제도의 중대한 전환이 국민적 논의 밖에서 급격히 이뤄지는 것에 대한 우려가 서려 있었다.
조 대법원장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대법원의 본질적 기능, 그리고 국민을 위한 가장 바람직한 사법개편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설명하고 협력하겠다는 뜻을 밝히며 국회와의 협의 의지를 거듭 강조했다. 이재명 정부 임기 내 신임 대법관이 모두 선출될 수 있다는 전망에 대해선 “법원행정처를 통한 지속적 협의”로 대응하겠다고 답했다. 이어 단순한 정원 확대만으로 상고심 적체와 대법관 다양성 문제가 해소될 수 없는 복합적 현실을 짚으며, “국가의 백년대계가 걸려 있는 중대 사안”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정치권에선 전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대법관 증원법이 더불어민주당 단독으로 상임위 소위를 통과한 점이 새로운 갈등의 전선을 형성했다. 법원조직법 개정안은 현행 14명의 대법관을 30명까지 단계적으로 증원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며,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에 반발해 표결에서 퇴장했다. 법안 심사 소위원회는 1년에 4명을 증원해 4년 동안 16명을 늘리는 규정과, 법 시행까지 1년의 유예기간을 둔 부칙을 담아 의결했다.
대법원은 다음주 중 국회로 공식 의견서를 전달하며, 사법제도와 대법관 증원 방안에 대한 내부 입장을 적극 피력할 예정이다. 법원행정처는 상고심 운영의 바람직한 구조와 해당 제도가 국민의 실질적 재판권 보장에 미치는 영향, 그리고 외국의 다양한 선례를 비교분석한 검토 결과를 종합해 의견서에 담게 된다. 사법부 내부에서는 “증원 그 자체보다는 상고심 구조 논의가 우선”이라는 문제제기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는 점이 전해졌다.
법원행정처 배형원 차장은 소위 현장에서 “대법관 과반 혹은 다수를 단기에 임명하면 필연적으로 정치적 영향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사법부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이 심각하게 위협받는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어 “사회적 합의 없는 증원만의 개정은 헌법상 재판받을 권리와 대법원의 본래 기능을 훼손할 위험이 있다”며 신중한 검토를 촉구했다.
이처럼 대법원 수장과 사법 행정라인이 정치권의 급진적 증원 움직임에 유보적 입장을 드러낸 것은, 사법 체계 개편의 파급력이 국민 권리와 사회 전체에 미칠 장기적 파장 때문으로 해석된다. 결국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이 직접 입장을 밝히게 될 예정이어서, 개정안 논의는 더욱 뜨거운 공론의 장에서 이어질 전망이다. 국회는 관련 법안의 추가 논의와 법사위 전체회의 일정을 이른 시일 내에 조율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