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이 알고 싶다” 17시간 미스터리 속 가족의 그림자→남겨진 자의 고백이 시선을 멎게 하다
차가운 새벽을 깨운 긴장감은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 다시금 서린다. 영덕의 한 가정에 남겨진 밤, 박 씨가 울먹이며 전한 119 신고로 시작된 17시간의 장막은 방송을 통해 서서히 그 민낯을 드러냈다. 술과 농약, 그리고 찢어진 음료컵이 널브러진 거실에는 부부의 지난 흔적이 고스란히 남았다. 급성 농약 중독으로 세상을 떠난 이 씨와, 가까스로 생존한 박 씨의 엇갈린 운명. 시청자는 깊은 공감을 품게 된다.
방 안에 남겨진 시간은 평범해 보이던 하루에서 금세 비극으로 뒤바뀌었다. 박 씨는 남편 이 씨가 함께 농약을 마시자고 권유했고, 극심한 고통 끝에 구토하며 목숨을 건졌다고 밝혔다. 두 사람은 19년의 결혼 생활을 버텨왔지만 채무와 피로가 쌓여 고요한 어둠 속에서 길을 잃었다. 그러나 가족은 아버지에게서 극단적 선택의 조짐을 느낄 수 없었다며 의문을 거두지 않는다. 이 씨는 전날에도 평소와 다름없이 아내 박 씨를 위로하고, 거래와 일상에 충실했다고 전해진다. 동네 지인들과 이웃 사이에도 변화의 기미는 없었던 것으로 증언됐다.

하지만 타인에게 보이지 않던 이 씨의 내면, 그리고 사건 당일 CCTV에 포착된 농약을 가져오는 장면이 진실의 도마 위에 올랐다. 박 씨는 자신 또한 권유에 따라 음독했고, 생존 또한 우연일 뿐이라고 호소했다. 이에 가족들은 적게 마셨다는 의심을 거두지 못한 채, 사망 이후 폭로된 재정 문제와 박 씨 명의의 땅과 건물, 수상한 입출금 내역에 또 다른 의혹을 덧대었다.
의심과 신뢰, 분노와 후회가 교차하는 긴 밤.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서로를 품지 못한 상처는 쉬이 낫지 않았다. 박 씨가 “같이 갔으면 좋았을 걸, 깨어난 내가 후회된다”고 흐느낄 때마다, 자녀들은 결코 속 시원히 풀리지 않는 답에 막막함을 삼켰다.
영덕 농약 음독 사건은 단순한 가정의 비극을 넘어, 진실의 결말을 알 수 없는 사람들의 관계와 상처, 그리고 지난한 질문을 던진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는 8월 23일 토요일 밤 11시 10분, 17시간 미스터리의 퍼즐을 풀어나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