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평화로 나아가자”…이재명 대통령, 광복절 경축사서 통합 의지 강조
‘빛’과 ‘평화’를 둘러싼 정치적 메시지가 8월 15일 광복절 경축식에서 정면 충돌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80주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통합과 미래지향적 자세를 역설하며, 국민 통합과 외교적 대화·협력을 강조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초기부터 사용한 푸른색과 붉은색, 흰색 다색 넥타이 차림으로 행사장에 올랐다. 이는 지난 6월 4일 취임 브리핑 때와 같은 ‘통합 상징’의 메시지를 담은 것으로 해석된다. 부인 김혜경 여사는 흰색 한복을 입고 자리를 함께했다.
25분간 이어진 연설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5천500자 분량의 메시지 중 ‘국민’ ‘정부’ ‘나라’ 등 일반 명사를 제외하고 ‘빛’이라는 단어만 19회 사용했다. 그는 “우리 선조들이 되찾은 자주독립의 빛이, 우리 국민이 이룬 민주주의의 빛이, 우리 앞날을 밝히는 길잡이가 돼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독립’ 14회, ‘평화’ 12회, ‘민주’ 및 ‘미래’ 각 11회, ‘주권’ 7회 등 시대정신과 국민 성취를 되새기는 표현에 힘을 실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특히 “민주화”, “민주공화국”, “미래로 향한 평화의 길”을 강조하며 한반도와 동아시아의 정세에 대응하는 한국의 역할을 언급했다. 북한과 일본 등 주요 대외 관계에서는 대립 대신 ‘대화’와 ‘협력’에 무게를 둔 메시지를 전달했다. 직전 정부 경축사에서 두드러졌던 ‘자유’와 ‘통일’ 언급은 각각 2회에 그쳤으며, 북한도 ‘북’, ‘북측’ 등 신중한 호칭이 사용됐다.
연설 중간마다 객석에서는 약 25회의 박수가 쏟아졌다. 다만, 국민의힘 대표 선거에 도전한 안철수 후보가 이재명 대통령의 연설 도중 ‘조국·윤미향 사면 반대’ 플래카드를 선보이며 항의하는 장면도 연출됐다.
‘함께 찾은 빛, 대한민국을 비추다’를 주제로 진행된 올해 경축식에는 총 80개의 태극기가 단상에 배치됐다. 독립유공자 후손 80명이 무대에 올라 80주년의 의미를 더했으며, 홍범도 장군 유해 봉환에 나선 배우 조진웅이 ‘국기에 대한 맹세문’을 낭독했다. 행사 후반에는 배우 조진웅, 전지현 등이 출연한 독립운동 영화 ‘암살’의 일부가 대형 화면에 소개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전북 등지에서 국권 회복을 위해 헌신한 고 이은숙의 후손 김종민 씨 등 독립유공자 후손 5명에게 직접 포상을 수여했다. 올해 총 311명의 독립유공자가 정부의 포상을 받았다.
경축식장을 가득 메운 박수와 정치권의 다양한 반응은 광복 80주년을 맞아 국민 통합과 미래 담론이 정치권의 핵심 과제로 떠올랐음을 시사했다. 정치권은 이재명 대통령의 통합 메시지와 이에 대한 야권 내 반발을 두고 정면 충돌 양상으로 치닫는 분위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