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 한인의 4세대 디아스포라”…독립기념관, 염만석 가족 독립운동 자료 특별공개
미주 한인 디아스포라의 역사가 독립운동가 염만석의 가족 이야기를 통해 공개됐다. 독립기념관은 8월 14일 밝은누리관에서 ‘하와이 이민으로부터 4세대에 걸친 여정’을 주제로 특별자료공개행사를 개최했다. 이번 행사는 제80주년 광복절을 맞아 미주 한인 독립운동가 집안의 발자취와 민족 정체성의 전승 과정을 집중 조명했다.
이번에 선보인 자료들은 염만석 지사(2016년 건국포장)의 후손들이 지난해 독립기념관에 기증한 것이다. 현장에서 첫 공개된 유물에는 염만석 지사가 1905년 하와이 사탕수수 노동자로 이주할 당시 집안과 함께 찍은 가족사진, 1920년 배우자 김항신과의 결혼사진, 3대가 한자리에 모인 사진 등이 포함됐다. 한편 김항신의 호조(여행권)는 당시 미국 정부의 이민 제한 정책 속에서 한국인들이 중국 호조를 활용해 이민길에 나선 역사적 맥락을 보여준다.

또한 흥사단 제7회 대회 및 1920년 3·1운동 1주년 기념행사 사진도 전시돼, 염만석·김항신 부부가 북미 한인사회에서 독립운동 및 대한인국민회, 흥사단 등 민족 단체 활동에 적극 참여한 기록을 재조명했다. 더불어 재미한족연합위원회에서 발행한 김항신의 외국인등록증(1941년 12월 15일)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 내에서 한국인과 일본인을 구분한 정책의 실상을 보여준다.
해방 이후에는 재미 한인들이 벌인 고국 구호품 모집운동의 포스터, 신문 기사 스크랩, 염만석 지사가 직접 쓴 친필 편지까지 새롭게 베일을 벗었다. 독립기념관 측은 “미주 한인 가문의 4세대에 걸친 독립운동·정체성 유지와 민족 공동체 발전상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날 행사에는 염만석 지사의 외증손인 마이클 김 선생 등 후손들이 방한해 의미를 더했다. 염만석 후손들은 “부모와 조부모 세대의 헌신을 다시 되새기는 계기가 됐다”며, “해외 한인사회에서도 민족적 뿌리를 잊지 않고자 한다”고 소회를 전했다.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도 이번 자료공개에 적극적인 반응을 보였다. 광복 80주년을 맞아 미주 이민사와 한인 디아스포라의 의미를 재조명하는 계기가 마련됐다는 평이다.
독립기념관은 “후손들의 자료기증을 계기로 미주 한인 독립운동사의 여러 단면을 지속적으로 조사·발굴할 것”이라며, ‘국내외 항일운동사의 다양한 증언과 사료 공개’ 계획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