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바 총리 퇴진론 ‘한일관계 영향 제한적’”…전문가들, 정권 교체 변수에 우려 목소리
참의원 선거 참패 이후 일본 정국이 출렁이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물러나더라도 한일관계의 근본적 변화보다는 정권 교체 가능성 등에 주목하고 있다. 한일 양국 협력 기조와 국내 정치의 동향이 중첩되며, 향후 협력 전망과 우려가 교차하는 양상이다.
일본 여당은 20일 참의원 선거에서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하면서 정치적 타격을 입었다. 이에 따라 집권 자민당 총재인 이시바 시게루 총리 거취가 현안으로 부상했다. 전문가들은 이시바 총리의 퇴진 여부와 차기 총리 인선이 한일관계에 일정한 변동성을 가져올 수 있다고 분석한다.

우치야마 유 도쿄대 교수는 "참의원 선거 결과가 한일관계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주요 야당은 양호한 한일관계를 선호하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기미야 다다시 도쿄대 특임연구원 역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출범, 대북 문제 등 외부 변수로 인해 한일 양국은 협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나 정권 교체에 따른 변수 가능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요시자와 후미토시 니가타국제정보대 교수는 "이재명 정부가 강제징용 배상 문제 해법을 유지하는 것이 일본에는 중요하다"며, 이시바 총리가 선거 패배를 이유로 퇴진할 경우 한일관계의 불확실성이 증폭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자민당 내 다카이치 사나에 의원 등 보수파가 정권을 잡으면 한일관계의 경색이 우려된다는 평가도 제기됐다. 고노 담화와 무라야마 담화 등 역사문제에 있어 온건한 입장을 보인 이시바 총리의 퇴진은, 역사·과거사 해법 등 민감 현안에서 일본의 성의 있는 대응을 기대하기 어렵게 한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이시바 총리는 한국과의 정상 간 셔틀 외교 복원에 강한 의욕을 보여온 인물이었다. 다만, 현재 위기 상황에서 국내 정치 현안 대응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만큼, 단기간 내 정상외교 재개 가능성은 낮아졌다는 관측도 이어졌다.
한일관계 향방에 있어 한국 정부의 주도권이 중요해졌다는 진단도 눈에 띈다. 기미야 연구원은 "한국 정권은 강하고 일본 정권은 약한 상황"이라며, "이재명 정부가 한일관계를 주도적으로 풀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이 일본에 무리한 요구를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또한, 기무라 간 고베대 교수는 "일본 정권이 불안정하면 한미일 협력 구도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짚었다. 최근 우익 야당 참정당의 약진, 외국인 규제 강화 기조 역시 즉각적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장기적으로 한일 협력 환경에 변수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제시됐다.
이 같은 분석 속에서, 일본 정치권 내 변화와 한반도, 동북아 정세는 다시 긴밀한 연동성을 드러내고 있다. 정치권은 이번 참의원 선거 이후 한일관계의 안정과 협력 모멘텀 유지 방안에 대한 논의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