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역전극 탄생”…전성현·두경민, LG 고집 꺾고 동반 승리→프로농구 연봉 판도 변화
회의실에 감돌던 팽팽한 긴장감이 상황을 말해줬다. 그 공간을 가로지른 또렷한 목소리, 오랜 관행을 밀어낸 선수들의 집요한 주장이 마침내 결실을 맺은 순간이었다. 프로농구 창원 LG의 전성현과 두경민이 2025-2026시즌 연봉 조정에서 나란히 '선수안'을 관철하며, 사상 최초로 동반 승리를 기록했다.
KBL 재정위원회는 8일 서울에서 4명의 프로농구 선수 보수 문제를 심의한 결과, 전성현에 3억5천만원, 두경민에 1억4천만원의 연봉을 각각 인정했다. 이는 구단 제시액인 2억8천만원, 4천200만원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이번 결정은 연봉 조정 역사상 41건 중에서 선수 요구가 받아들여진 세 번째와 네 번째 사례이며, 한 시즌 두 명의 동반 승리는 최초로 기록됐다.

전성현은 고양 소노에서 LG로 이적해 지난 시즌 37경기에 출전, 평균 7.3점과 3점슛 1.8개를 올렸다. 비록 시즌 막판 무릎 부상으로 포스트시즌 출전은 무산됐지만, 선수 본인은 데이터로 자신의 기여도를 설득했다. “팀 합류 후 재활기간 미비 등 구단 책임도 있다”며 자신의 주장을 꺾지 않았고, 정규리그 2위 진출에 일정 부분 기여했다는 근거를 수치로 뒷받침했다. 과거 삭감 사례와 동종 포지션 선수 기록까지 엑셀로 정리해 조정위에 직접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두경민 역시 부상 여파에도 14경기에서 6.9점 3.1어시스트를 남겼다.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코칭스태프와의 갈등도 영향을 미쳤으나, 팀 내 가치와 시즌 기여도가 재정위원회의 판단에 작용했다. 추가 영입팀이 없는 상황에서 구단은 최저 보수 계약을 시도했지만, 두경민의 데이터 기반 이의 제기가 힘을 받았다.
프로농구 연봉 조정은 협상 과정에서 선수와 구단 제시안 중 하나를 택해야 하는 구조다. 특히 이번 사례는 논리적 근거와 데이터 제시가 실제 보수 결정에 미친 영향력을 보여주며, 앞으로 선수들의 권리 주장에 새로운 기준이 될 전망이다.
반면 안양 정관장의 배병준과 부산 KCC의 이호현은 각 소속팀 제시 연봉을 받아들이는 데 그쳤다.
전성현은 “LG의 정규리그 2위에 저 역시 공헌했다고 보는데, 이 같은 삭감은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양측 모두 책임이 있다고 본다”며 소회를 밝혔다. 이번 동반 승리는 선수 중심의 협상 문화에 변화의 신호탄이 된 동시에, 팬과 업계의 시선도 달라지게 했다.
KBL은 연봉 조정 과정에서 선수 요구안이 받아들여지는 정상화가 점점 확산된다는 신호로 받아 들이고 있다. LG로서도 2024-2025시즌 준비와 아울러 두 선수의 회복, 팀 내 역할 조정 등 후속 과제가 남았다. 무엇보다 두 선수의 재도약 여부는 정규리그 경쟁 구도와 팬심 변화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하루를 밀어낸 땀, 숫자로 변환된 노력, 선수들의 집념이 만들어낸 작은 변화. KBL 2025-2026시즌과 더불어 전성현, 두경민의 행보는 농구팬들 곁에서 또 다른 이야기를 예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