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리어 그랜드슬램 노린다”…필 미컬슨, 마지막 US오픈 출전→55세 도전장
짧은 침묵 후, 필 미컬슨의 목소리에는 지난 오랜 시간의 희망과 아쉬움이 묻어 있었다. 55세 생일을 앞두고 맞이하는 올해 US오픈이 그의 마지막 커리어 그랜드슬램 도전 무대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메시지는 묘한 울림을 남겼다. 수차례의 아쉬운 준우승 끝에 다시 한 번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는 미컬슨의 눈빛에는 여전히 투지와 열정이 담겨 있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오크몬트에서 12일부터 개최되는 US오픈은 필 미컬슨에게 더욱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2021년 PGA 챔피언십 우승 이후로 얻은 5년 출전권의 마지막 해, 미컬슨은 그리던 개인 통산 첫 US오픈 우승을 통해 커리어 그랜드슬램이라는 꿈의 대기록을 완성하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LA 버지니아주에서 열린 LIV 골프 대회 기자회견에서 미컬슨은 “현실적으로 보면 2021년 PGA 챔피언십이 마지막 우승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솔직하게 속내를 토로했다. 이번 US오픈이 자신에게 찾아올 마지막 커리어 그랜드슬램 무대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은 그에게도 낯설고 아릿한 현실이다.
4대 메이저 대회 중 미컬슨이 아직 우승하지 못한 대회가 바로 US오픈이다. 1999년부터 2013년까지 여섯 번이나 준우승을 기록하며, 그는 유독 이 무대에서 아쉬운 눈물을 삼켜야 했다. 그러나 최근 5회 US오픈에서는 4번이나 컷 탈락하는 등, 나이를 거스르기 힘든 벽에 부딪히는 시간도 길어졌다. 가장 최근 2021년 대회에서는 공동 62위에 이름을 올렸다.
향후 US오픈 출전 자격 역시 이번 대회로 제한될 가능성이 커졌다. 미컬슨은 예선전 참가 여부에 대해서도 말을 아꼈으며, “모르겠다”는 짧은 대답만 남겼다.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향한 오랜 여정의 끝에 선 지금, 그는 마지막 기회를 담담히 받아들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컬슨은 지난 3월 LIV 골프 홍콩 대회에서 3위에 오르고, 2023년 마스터스에서는 준우승을 차지하는 등 50대의 나이에도 무게감 있는 저력을 증명했다. PGA 챔피언스투어에서 4승을 거둘 만큼, 그의 경쟁력은 여전히 녹슬지 않았다.
“나는 곧 만 55세가 된다. LIV 골프 소속 팀에 보탬이 되고 싶고, 그렇지 못하다면 이 자리도 다른 선수에게 넘겨줄 때라 생각한다”는 말에서는 고된 도전의 끝자락에서 느끼는 노장다운 품위와 책임이 전해졌다.
이제 필 미컬슨은 자신에게 남겨진 마지막 조각을 맞추기 위해, 그린 위에 다시 오른다. 오랜 바람이 머문 자리에 새로운 역사가 피어날 수 있을지, 팬들은 그의 도전을 조용한 기대와 함께 지켜보고 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 오크몬트의 무거운 공기 속에서 펼쳐질 US오픈 필 미컬슨 마지막 도전의 여정은 오는 6월 12일부터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