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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밥상 최수종, 소 한 마리의 순정”…머리부터 꼬리까지→세대를 건너는 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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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밥상 최수종, 소 한 마리의 순정”…머리부터 꼬리까지→세대를 건너는 온기

임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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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스러운 새벽 공기를 품은 축산물 시장의 분주한 풍경에서 최수종이 전하는 따스한 시선은 소 한 마리에서 시작돼 밥 한 그릇의 온기로 이어졌다. KBS1TV ‘한국인의 밥상’은 작은 부엌과 오래된 가족의 식탁을 오가며, 잊힌 부위에 깃든 역사의 기억과 그리움, 그리고 희망까지 담아냈다. 한 점의 소고기조차 허투루 넘길 수 없던 시절에는 한 모퉁이 잡육까지 생활의 소중함을 새기는 장인의 손길이 스며들었다.

 

서울 금천구 독산동의 축산물 시장에는 40년이 넘도록 소와 길을 함께한 발골사 박영선 씨의 손이가 잊힌 부위들을 살아 숨 쉬게 만들었다. 삭힌 세월과 응축된 비밀이 더해진 ‘꽃아롱사태’, 그리고 황제의 이름을 빌린 ‘늑간살’은 어둡고 긴 밤을 견딘 기다림의 시간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저마다 지나칠 수 있었던 자투리 고기는 국 한 그릇에 녹아 시린 일상에 따뜻한 위로를 건넨다.

“머리부터 꼬리까지”…한국인의 밥상 최수종, 소 한 마리의 지혜→한 점의 정성 남기다 / KBS
“머리부터 꼬리까지”…한국인의 밥상 최수종, 소 한 마리의 지혜→한 점의 정성 남기다 / KBS

전북 군산 수라상에서는 궁중과 양반가의 음식이 시대를 관통해 지금의 밥상으로 소환됐다. 요리 명장 유현자 씨는 소 내장을 소재로 ‘내장전유화’라는 궁중 음식의 극치를 다시 보여줬다. 왕실의 엄숙한 시간 속에 등장했던 소골탕과 우삼탕에는 금지된 식재료 앞에서 더 간절해진 가족의 품과 안녕을 빌던 간절함이 담겨 있다. 삶을 잇는 고된 손길과 가족의 정성이 한상 가득 쌓여 단 하나의 부위마저 소홀치 않은 지난 세월의 깊이가 되살아났다.

 

대구에서는 베트남 전쟁의 상처를 가슴에 품은 장인 여중현 씨가 썰어내는 ‘뭉티기’의 굵은 결마다 아내가 전수한 비법 양념이 배어 있었다. 한때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던 ‘오드레기’ 대동맥도 이제는 시절의 사연을 안은 별미가 됐다. 단단한 시간과 고집이 깃든 미각에 사람들은 오래도록 그리움을 품게 된다.

 

진주로 향하는 길목에서 요리사 이종상 씨는 백정의 삶이 깊숙이 뿌리내린 진주 교방 음식의 원형을 되살린다. 진주성 아래 모졌던 백정들의 시련 속에서 탄생한 ‘소 목뼈찜’, 그리고 만세운동의 치열함이 묻어 있는 ‘거지반’ 국밥은 밥 한 그릇에 응축된 삶의 격려와 안식이 됐다. 우설과 꼬리, 다양한 재료가 한데 어우러진 국물은 세대를 이어 묵묵하게 삶의 토대를 마련했다.

 

머리부터 꼬리까지 버림 없이 품은 소 한 마리의 지혜와 정성은, 세월을 넘어 오늘의 밥상에까지 고스란히 전해졌다. 지역과 계층, 시간을 초월한 음식의 힘이 최수종의 따뜻한 음성과 만난다. 프리젠터 최수종과 함께하는 ‘한국인의 밥상’은 9월 4일 목요일 저녁 7시 40분, 시대와 마음을 잇는 이야기를 다시 한 번 시청자 곁에 머무르게 할 예정이다.

임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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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밥상#최수종#소고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