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사 장기기증으로 5명 생명 구했다”…지적장애인 박영분 씨, 생명나눔 울림
뇌사 장기기증이 환자 치료와 이식의 패러다임을 바꾸며 바이오 의료 분야에서 생명 연장의 최전선으로 주목받고 있다. 최근 지적장애를 가진 50대 여성 박영분 씨가 장기기증을 통해 5명에게 새 삶을 선물하면서, 생명존중과 나눔 실천의 가치가 재조명되고 있다. 업계는 이번 장기기증 사례를 ‘생명나눔 확산의 중요한 전환점’이라고 평가한다.
박영분 씨(58)는 지난 6월 30일 서울의 한 장애복지센터에서 대화를 나누던 중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에 이르렀다. 유가족은 박 씨의 일부라도 누군가의 삶에 이어지길 바라는 뜻에서 장기기증을 결정했고, 중앙대학교 광명병원에서 간장, 신장(양측), 안구(양측)를 기증해 총 5명의 환자에게 새로운 생명을 제공했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기증자의 숭고한 결단이 의료 현장에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왔다”고 밝혔다.

뇌사 장기이식은 뇌사자에게서 건강한 장기나 조직을 적출해 이식 대기자의 신체로 이전하는 의료기술이다. 최근 바이오 정보기술의 발달로 장기적합성 및 사전 이식검사(면역형, 유전자 검사)가 정밀화되며, 수용자의 생착률도 크게 개선되고 있다. 박 씨 사례와 같은 이식은 단순 생명 연장을 넘어, 장기 실패 환자의 삶의 질 회복 등 사회적 가치 창출에 기여한다.
통계에 따르면 2023년 국내 뇌사 장기기증자는 430여 명이었으며, 이들로부터 이식받은 환자는 약 2,000여 명에 달한다. 그러나 이식 대기자는 여전히 4만 명을 상회해, 장기기증 활성화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된다. 특히 생전에 장기기증을 등록한 이들의 비중이 낮아, 실제 이식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전체 대기자의 1% 내외에 머문다.
미국, 유럽 등 주요 선진국은 뇌사 기증 활성화를 위해 사회적 캠페인, 등록 시스템 고도화 등 정책적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독일의 경우 전 국민 대상 온라인 등록제를 도입해 기증동의율을 꾸준히 높이고 있다. 우리나라도 2023년부터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 개정에 따라 정보관리 및 기증자 보호 체계를 강화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나눔의식을 사회 전체로 확대하는 것이 장기이식 의료 발전의 핵심”이라고 입을 모은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이삼열 원장은 “한 번의 용기가 다섯 생명을 살렸다”며 “이 같은 숭고한 생명나눔이 한국 의료 산업은 물론 사회 전반에 지속적으로 확산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산업계는 이번 사례가 장기기증 문화와 제도 개선을 촉진할지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