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ON 무인도는 살아 있다” 속 생명의 울음…무인도, 잊힌 경계서 자연과 인간이 맞닿다→새로운 시작 예고
섬마저 등진 자리를 자연의 숨결이 채우는 아침, ‘다큐온 무인도는 살아 있다’는 눈부신 봄의 한복판에서 무인도의 목소리를 기록했다. 충남 서천 노루섬에는 철새들이 번식기를 맞아 섬 전체를 물들이고, 멸종위기 저어새와 노랑부리백로의 뜨거운 생명력이 촘촘히 새겨진다. 버려진 땅은 이들의 고향이 되었고, 그 속에서 인간의 흔적은 부드럽게 물러 앉았다.
제주 남쪽의 문섬에서는 연산호와 온갖 해양생물이 춤을 추듯 유영하고, 수중 세계는 바다와 생명이 함께 빚어내는 시간을 보여 준다. 카메라에 담긴 푸르고 신비로운 풍경은 보는 이들의 마음을 경건하게 적신다.

그러나 자연의 평온함 뒤에는 쉽게 지나쳤던 진실이 잠들어 있다. 무인도 해역에 남은 해양쓰레기는 이미 13만 톤 가까운 무게로 생명을 위협하고, 여수 거문도 인근 섬에서는 민간 자원과 관의 힘이 합쳐 오염 정화의 노력이 이어진다. 버려진 어망과 폐그물을 거두는 현장은 바다가 입은 상처와 그 깊이를 오롯이 보여준다.
인간의 흔적이 완전히 사라진 공간에도 이따금 조심스러운 발걸음은 남는다. 전남 신안 오도의 김현중 씨는 64곳의 무인도 등대를 돌보며 해양 영토의 등대지기 역할을 수행한다. 그의 하루는 오롯이 국토의 끝, ‘경계의 시작’이 되는 바닷길에 새로운 의미를 보탠다.
국경선이 아니라, 바다와 섬이 이어주는 영해기점의 13곳이 무인도인 사실은 우리가 잊고 있었던 땅의 얼굴을 다시 마주하게 한다. 백도와 거문도를 따라 걷는 학생들과 시민들은 해양 영토의 소중함과 시간의 깊이를 온몸으로 느낀다. 한편, 대화도에서는 예비 교사들이 자연의 불편함을 직접 마주하며 삶의 법칙을 배우고, 남해 사도에서는 조용한 평화와 위로가 바다 안에 녹아든다.
섬과 바다가 공존하는 자리마다 살아 있는 존재의 고동이 전해지고, 무인도를 찾은 이들에게는 짧은 쉼표 같은 사유와 자연의 위로가 스며든다. 다큐온의 카메라는 오늘도 이 잊혀진 섬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며, 우리의 경계 너머에 살아 있는 생명과 인간의 손길, 그리고 묵직한 자연의 메시지를 비춘다.
‘무인도는 살아 있다’는 5월 31일 토요일 밤 10시 25분, 소리 없이 흐르는 삶의 리듬을 시청자 앞에 펼쳐 보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