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07.04 사상 최고치 경신”…코스피, 외국인·기관 동반 순매수로 투자 심리 급반전
6월의 장대와 햇살이 느릿이 미끄러지는 오후, 국내 증시는 새로운 이정표를 그려냈다. 2025년 6월 11일, 유가증권시장 코스피가 2,900선을 넘어서며 종가 기준 3년 5개월 만에 가장 높은 봉우리를 밟았다. 2,907.04의 수치는 지난 2022년 1월 14일의 고점 이후 시장이 드러낸 기대와 두려움, 수많은 매매의 흔적을 유장하게 품어낸 결과였다.
장의 시작부터 외국인과 기관은 조용하지만 힘찬 손길로 매수의 축제를 이끌었다. 외국인은 1,660억 원, 기관은 2,280억 원어치를 사들이며, 오랜 침묵을 깨는 듯 증시의 온도를 높였다. 그 반대편에는 개인이 3,644억 원을 순매도하며 수익을 거둬들였고, 시장의 물결은 균형을 넘어 토해내는 차익실현의 속삭임마저도 담담하게 휩쓸고 지나갔다.
![[표]투자자별 매매동향](https://cdn.presscon.ai/prod/129/images/resize/800/20250611/1749627359090_82088615.webp)
무엇보다 희망을 촉발한 것은 SK하이닉스였다. 4.12%의 급등과 함께 24만 원 선을 회복, 글로벌 반도체의 호황 기대 속에 주가는 오랜 장벽을 다시금 넘었다. 삼성전자 역시 소폭 상승세로 5만 9,900원을 기록했으나, 시장의 염원이었던 6만 전자에는 한 걸음 미치지 못했다.
태양 아래 더욱 도드라진 주인공은 한화솔루션이었다. 미국의 태양광 보조금 정책이 유지되고, 새 정부의 신재생 에너지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시장을 휘감으면서, 이날 한화솔루션 주가는 22.99% 치솟았다. HD현대에너지솔루션, 씨에스윈드 등도 신재생 에너지의 흐름을 따라 의미 있는 우상향을 그렸다.
코스피의 시가총액은 2,378조 9,210억 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새겼고, 투자자들의 신뢰가 말없이 지표에 담겼다. 외국인은 SK하이닉스(1,979억 원), 삼성전자(1,340억 원) 등을, 기관은 카카오(303억 원), 삼성물산(222억 원) 등에서 매수 흐름을 보였다. 반대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현대로템, 한화오션 등 방산주는 외국인과 기관의 매도세 속에 휴식을 취했다.
자동차 업종 역시 힘을 보탰다. 현대모비스는 4.91%, 현대차와 기아는 각각 2.03%, 2.54%로 동반 상승하며 장을 활력 있게 장식했다. 두산에너빌리티, 삼성생명 등 복수의 대형주가 각자의 색채로 시장의 무게추를 긍정적으로 바꿨다.
이날, 시장에 새로운 메아리처럼 울려 퍼진 것은 이재명 대통령의 한국거래소 방문 소식이었다. 대통령은 시장감시위원회에서 배당 촉진을 위한 정책과 세제 개편의 가능성을 언급, 배당성향이 35%를 웃도는 상장기업에 세제 혜택을 주는 방안까지 거론했다. 주주환원정책 강화에 대한 기대가 투자자 심리를 더없이 고양시켰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반도체·자동차·선박 위주의 수출이 견조하게 이어지고, 원화 강세와 기업 가치 재평가가 진행된다면 코스피 3,000선도 무리가 아니다"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이달에도 수출지표는 증시에 싱그러운 에너지를 채워 넣고 있다.
한편, 코스닥 역시 786.29로 1.96% 급등하며 10개월 만에 780선을 다시 올랐다. 코스닥 시가총액도 406조 7,165억 원으로 400조 원대를 회복했다. 코스닥에서는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2,134억 원, 1,116억 원어치 순매수, 개인은 3,036억 원 순매도를 기록했다. 알테오젠, 삼천당제약, 리가켐바이오 같은 제약·바이오주와, 실리콘투, HPSP 등 수출 혹은 신산업 기반 종목들이 강세 흐름을 견인했다.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의 하루 거래대금은 각각 12조 3,104억 원, 7조 7,347억 원이었다. 대체거래소 넥스트레이드의 8조 5,706억 원 거래도 시장의 풍경을 한층 입체적으로 만든다.
저녁의 어스름 속에서 이룬 증시의 새로운 고점은 단순한 수치의 넘나듦이 아니라, 투자자 신뢰와 정책 기대 위에 다시 피어난 희망의 무늬다. 수출 호조와 정책 드라이브, 그리고 글로벌 자금의 흐름이 맞물리며, 증시는 오래된 불안을 잠시 내려놓았다. 다만 갈 길은 멀다. 다음 주에는 미국의 물가 지표 등 주요 글로벌 변수가 증시의 안개를 걷어낼지, 투자자에게 한 번 더 깊은 안목의 준비가 요구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