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극장 박승수, 공방의 시간에 스민 아버지”…나이테 속 부자 재회→굳은 마음 흔들린다
나무 향이 짙게 감도는 새벽, 박승수는 고요한 산골 공방의 문을 조용히 연다. 9남매 중 여덟째로 태어나 일찌감치 연장통을 들고 세상살이에 뛰어든 그에게 목공의 시간은 숙명처럼 이어졌다. 학교 대신 공장에 머문 유년과, 반세기 넘게 손끝에 머문 기술은 박승수라는 이름을 공방의 단단한 중심으로 세웠다.
세월의 바람 속에서, 박승수의 공방에는 아들 셋과 며느리, 가족의 무게가 하나둘 모인다. 날카로운 수작업의 순간마다 아버지의 철저함은 단 한 치도 물러서지 않는다. 이러한 완고함은 때로 아들들 마음에 답답함을 남기고, 장남 박기쁨은 아버지와의 갈등 끝에 긴 공방을 떠나야 했다. 2년 만에 다시 돌아왔지만, 부자의 대화는 서투른 미소와 어색한 눈빛 위에 머문다.

박승수의 단단한 말투 뒤에는 미처 다 지키지 못한 시간, 장남에 대한 애틋함이 조용히 깃들어 있다. 바쁘게 흘러간 지난 세월의 미안함은 손녀를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풀어진다. 아버지도 자식도 서로의 손끝에서 닮아가고, 불호령 뒤의 손길에는 애정이 느리게 겹쳐진다. 나무를 깎고 다듬는 틈틈이, 매일 써내려가는 가족의 하루는 한층 두터워진다.
촘촘하게 쌓여가는 나이테처럼, 공방 안에는 번잡한 노동만큼이나 말없는 애증의 세월이 쌓인다. 카메라는 아버지의 거친 손등과 아들의 굳은 눈빛, 그리고 아직 다 닿지 못한 마음의 결을 따라 천천히 움직인다. 가족이라는 나무가 이렇게 서투르고 투박하게 서로의 품으로 돌아가는 과정을, 박승수 가족은 조용히 완성해간다.
나무의 결을 찬찬히 이어붙인 시간 위에, 삶과 사랑의 실금이 그어진다. 긴 새벽을 채우는 기계음, 매일 반복되는 노동의 리듬, 그리고 어느 순간 울컥 차오르는 눈빛까지. ‘인간극장’은 박승수와 목수 가족의 재회, 그리고 아버지와 자식이 서로 닮아가는 하루를 담아내며, 깊은 울림을 남긴다. 이 진솔한 가족의 이야기는 9월 22일 오전 7시 50분, KBS1 ‘인간극장–아버지의 나이테’에서 시청자들과 만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