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
“그것이 알고 싶다 충격 고백”…SNS 살해 예고한 동생, 무너진 가족→캥거루족 절규
엔터

“그것이 알고 싶다 충격 고백”…SNS 살해 예고한 동생, 무너진 가족→캥거루족 절규

장예원 기자
입력

밝고 유쾌한 농담이 스치던 순간, ‘그것이 알고 싶다’는 평범한 가족 안에 숨겨진 충격의 실체를 조명했다. SNS를 통해 실명을 언급하며 살인을 예고한 범인이 다름 아닌 친동생으로 드러나면서, 가족이라는 안전망이 한순간에 위태롭게 무너지는 장면이 안방을 짓눌렀다. 형 이윤철과 동생 이찬영의 이야기는 시대의 그늘에 가리운 불안과 단절, 무력감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지난해 전국을 긴장시켰던 신림역, 서현역 흉기 사건 이후, 온라인에는 연이은 살해 예고 글이 퍼졌다. 형 이윤철 역시 SNS 상에서 자신의 실명까지 등장한 예고 글에 치솟는 공포와 불안을 온몸으로 감내해야 했다. 경찰이 빠르게 수사에 착수해 교회 사진 한 장을 단서 삼아 범인 추적에 성공했지만, 마주한 현실은 더욱 참담했다. 협박의 배후가 바로 평생을 함께 살아온 동생, 이찬영이었던 것이다.

“‘쉬었음’ 청년과 무너진 가족… 갇혔거나, 가뒀거나” 그것이 알고 싶다가 조명한 캥거루족의 위기 /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쉬었음’ 청년과 무너진 가족… 갇혔거나, 가뒀거나” 그것이 알고 싶다가 조명한 캥거루족의 위기 /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이찬영은 칼과 망치를 집 안에 숨겨두고, 온라인에는 형을 위협하는 글을 남겼다. 오랜 시간 경제적 지원을 아끼지 않아온 형과 어머니, 그리고 외부로부터 점차 고립돼가던 동생 사이에 보이지 않는 금이 가 있었다. 선처 끝에 집행유예로 풀려났지만, 가족 관계는 이미 복원 불가능한 단절에 가까웠다. 출연 전문가는 범죄 이전에 이미 구조적 위기에 내몰린 ‘고립 청년’이란 이름을 짚었다.

 

방송은 이 사건을 통해, 부모와 함께 살며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캥거루족’ 청년들의 내면에 깊숙이 파고들었다. 2025년 2월 기준, 사회로부터 ‘그냥 쉬었음’ 상태로 분류된 20~39세 청년은 77만 명에 이르고 있다. 하지만 그들이 무기력하거나 게으르다는 오랜 낙인은 오만한 오해에 불과했다. 반복된 구직 실패와 가정 내 긴장, 혹은 정신적 트라우마에 시달려 외부 세계와 담을 쌓을 수밖에 없던 사연이 곳곳에 포진했다.

 

“일하고 싶지 않은 게 아니라 더는 시도할 수 없게 됐다”는 고백, “가족 내의 무시와 간섭이 오히려 자신을 은둔형으로 밀어붙였다”는 증언이 이어졌다. 청년들은 자신들의 고립이 자발적인 게 아니라, 사회와 가정 모두의 영향 아래 ‘스스로 갇히거나 어딘가로부터 갇힌 것’임을 강하게 호소했다.

 

세대 갈등, 무한 경쟁, 그리고 가족 내 역할의 왜곡까지. 방송에 출연한 정신의학 전문가는 “청년 개인의 나약함이 아닌, 사회적 고립과 단절 구조의 비극”이라 규정했다. 해결되지 않는다면 더 큰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고 경고함과 동시에, 어느 누구도 쉽게 답을 내릴 수 없는 질문을 던졌다.

 

무너진 가족의 슬픈 초상, 단지 피할 수 없는 가정의 재앙만이 아니다. 그것은 무책임하게 방치된 사회와, 서로의 상처를 외면한 채 표류하는 세대 모두의 몫이었다. 오늘 밤 11시 10분 방송되는 ‘그것이 알고 싶다’는 이윤철과 이찬영, 그리고 수많은 ‘쉬고 있는’ 청년들이 품은 고립의 무게를 새롭게 조명하며, 누구의 책임인지, 어디에서부터 손을 내밀어야 하는지 묻는다.

장예원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그것이알고싶다#이윤철#캥거루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