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호르몬 주사제, 과잉 사용 논란”…한국보건의료연구원, 시장 확대→장기 안전성 우려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이 2024년 7월 발표한 성장호르몬 주사제 실태 조사는, 국내 소아청소년의 성장 욕구와 이에 편승한 의료 시장의 역동을 정밀하게 비춘다. 2023년 성장호르몬 주사제 시장 규모는 약 4800억 원에 달하며, 관련 보험 청구 환자 수가 10년 새 7~8배 증가했다는 점은 단순 의학적 처방을 넘어선 서비스 소비 현상을 오롯이 반영한다. 성장호르몬 치료의 안전성과 유효성이 검증되지 않은 정상 신장 아동이 전체 사용자의 과반을 차지한다는 통계는, 키 성장에 대한 사회적 열망과 그 이면의 의료 소비 행태를 공존시키고 있다.
성장호르몬 주사제는 성장호르몬 결핍증 등 의학적 적응증 소아에게 효과적인 치료법으로 인식돼 왔다. 그러나 최근 5년 내 주사제를 경험한 아동 보호자의 60%는 질환이 없는 경우임에도 단순한 키 성장 목적에 해당한다고 응답했다. 사회 전반에 만연한 키 경쟁과 이에 대한 불안감은, 월평균 20만 원에 달하는 추가 관리 비용까지 수반하며, 의료와 일상의 경계를 흐리고 있다. 건강보험 급여 기준이라는 명확한 기준선에도 불구하고, 실제 저신장증 해당자는 41%에 불과한 반면, 전체 사용자는 매년 꾸준히 확대되는 양상이다. 성장호르몬 주사 공급량 역시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에 집중돼, 지역 및 의료기관별 공급 불균형 역시 뚜렷하게 드러난다.

안전성 측면에서 아직 명확한 결론에 이르지 못했다는 점은 시장 확대의 그림자다.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 통계에 따르면 2014~2023년 성장호르몬 관련 이상사례는 6,309건 보고됐고, 사망 및 암 발생 등 중대한 이상도 소수 확인되었으나 직접 인과는 아직 미확정 상태다. 국내외 주요 논문들 역시 정상 아동 대상 장기 투여의 효과와 위험성에 대한 뚜렷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성장호르몬 주사의 무차별적 처방이 추구하는 이상과 현실 사이의 간극을 비판하며, 부작용 및 불필요한 치료로 인한 경제·의료 자원 낭비, 국가 차원의 장기 정책·교육 개입 필요성을 지적한다.
연구책임자 윤지은 연구위원(NECA)은 “이번 조사는 성장호르몬 주사 실태에 대한 객관적 근거 제시의 첫 단추”라며 “과학 기반의 정보 제공과 엄격한 사용 기준, 그리고 사회 인식 개선을 위한 정책적 접근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성장호르몬 치료 문화의 자기 성찰과, 올바른 의료 선택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