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식 집착의 미로”…맨 끝줄 소년, 파격적 변주→심장 조이는 긴장
차가운 강의실을 가로지르던 형광등 불빛 아래, 최민식이 만들어내는 감정의 소용돌이가 강렬했다. 날카롭게 깎인 얼굴선 위에 편안함 대신 날선 집착과 묵직한 절망이 흘렀고, 목소리와 몸짓에서도 감춰진 상처들이 드러났다. 각각의 문장과 말끝마다 그는 자신이 지나온 쓸쓸한 시간을 드리우며, 학생들을 냉철하고 진지한 눈길로 바라봤다. 그러나 강의실 맨 끝줄에 조용히 앉은 이강에게서는 이전에 없던 긴장감이 번졌다.
최민식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맨 끝줄 소년’에서 국문학과 교수 허문오로 돌아온다. 허문오는 작가로서 실패한 뒤 자존감의 밑바닥을 오가며, 마음 한 구석에 씁쓸한 열등감과 오랜 트라우마를 품고 사는 인물이다. 그는 학생들의 습작을 읽고 날카로운 평가를 내리는 데 주저함이 없지만, 어느 날 맨 끝줄에 앉은 이강이 남긴 글을 대하는 순간 그의 내면에 집요하고 낯선 욕망이 피어난다. 끝까지 읽고 싶은 충동이 번지면서 두 사람의 심리전이 점차 강의실 전체를 감돈다.

이강 역은 최현욱이 맡았다. 그는 어딘가 남다른 뉘앙스를 풍기며, 국문학도의 틀을 벗어난 글쓰기와 미스터리한 태도로 주변을 신경 쓰이게 만들었다. 공대생임에도 흔들리지 않는 자신만의 세계와 힘 있는 문장으로, 허문오를 자극하면서 동시에 대학 사회 전체에 묘한 파장을 일으켰다. 이강이 손끝으로 그려내는 언어들은 허문오가 외면하고 싶던 욕망과 고통을 새롭게 깨운다.
허준호가 연기하는 김수훈은 대학 동기이자 성공한 작가로, 허문오와의 질긴 인연을 이어간다. 자신만의 세계관과 완숙함으로 문단에서 인정받은 김수훈은 허문오에게 계속된 질투와 좌절감을 안긴다. 김윤진이 분한 안은주는 김수훈의 아내로서 차분하지만 절대적이지 않은 온기로 부부의 갈등에 균열을 선사한다. 진경은 허문오의 아내이자 심리상담사 조현숙으로 등장, 남편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보며 묵묵히 관계의 실타래를 풀어간다.
‘맨 끝줄 소년’은 동명의 스페인 희곡을 원작으로 삼았으며, 섬세하고 감각적인 스타일로 인정받은 김규태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각 인물의 집착과 트라우마가 교실이라는 한정된 공간을 파고들며, 환한 빛과 짙은 침묵, 날카로운 호흡이 교차하는 심리적 서스펜스가 관통한다. 허문오와 이강의 엇갈린 시선과 감정, 실패와 성공의 경계에서 피어나는 강렬한 서사가 시청자들의 몰입을 기대케 한다. 허준호, 김윤진, 진경 등 극의 깊이를 더하는 배우들의 미묘한 감정선 충돌 또한 새로운 긴장감을 안긴다.
압도적인 미장센과 섬세한 인물 묘사가 돋보이는 ‘맨 끝줄 소년’은 서늘한 집착의 그림자와 인간관계의 상흔을 한 겹씩 벗기며 드라마의 새로운 결을 제시할 전망이다. 최민식 특유의 내밀한 열연이 이강, 그리고 주변 인물들과 일으킬 파장을 팬들은 이미 손꼽아 기다리는 분위기다. 문학적 집착과 인간 심연을 정면으로 조명한 서스펜스 드라마 ‘맨 끝줄 소년’은 넷플릭스에서 공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