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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체 분석으로 미제 성범죄 해결”…소마젠, 38년 만에 실마리 찾아
IT/바이오

“유전체 분석으로 미제 성범죄 해결”…소마젠, 38년 만에 실마리 찾아

조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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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체 분석 기술이 범죄 수사의 패러다임을 전환시키고 있다. 미국 유전체 분석기업 소마젠은 38년간 미제로 남아 있던 성범죄 사건의 해결에 유전체 기술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4일 밝혔다. 특히 일란성 쌍둥이 간 미묘한 유전적 차이까지 구별할 수 있는 심층 전체 게놈 시퀀싱이 채택되며, 법의학 수사와 관련 시장의 지형도 변화가 주목된다. 업계는 이번 사례를 “유전체 과학 기반 정밀식별 경쟁의 분기점”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1987년 미국 버지니아주 우드브리지 셰브론 주유소에서 발생한 성범죄로, 2019년 재조사에 착수하며 전환점을 맞았다. 당시 피해자에서 채취한 증거는 분석 기술의 한계로 미제 사건으로 남았으나, 최근 DNA 복구 및 시퀀싱을 통해 용의자 남성의 DNA 프로필이 추출됐다. 이후 계보 분석과 추가 정밀 검사를 거쳐, 일란성 쌍둥이인 존 아서 마루비오와 러셀 앤서니 마루비오 형제가 동시에 용의선상에 올랐다.

여기서 핵심은 소마젠과 파라본 나노랩스가 수행한 고도화된 유전체 분석 기술이다. 심층 전체 게놈 시퀀싱(whole genome sequencing)과 특수 생물정보학 분석으로 일란성 쌍둥이 사이에서 발생할 수밖에 없는 ‘체세포 돌연변이’(somatic mutation)를 식별해 개별적 유전 신호를 도출했다. 일반적 DNA 분석이 구분하지 못하는 이 미세 변이 덕분에, 실제 범죄 증거와 용의자 중 한 명이 단일하게 연결됐다. 소마젠 측은 “기존 DNA 판독 방식보다 높은 정밀도를 제공하며, 법의학 식별력을 비약적으로 높였다”고 소개했다.

 

이 기술은 형사 수사, 법의학 신원 확인, 실종자 탐색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실효성이 증명되고 있다. 특히 일란성 쌍둥이처럼 동일 DNA를 가진 사례에서도 법률적 증거력을 보일 수 있게 되면서, 미국 사법 당국의 신뢰도 역시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이번 분석 결과는 법정 증거로써도 판결의 결정적 단서가 돼 러셀 마루비오 유죄 판결의 근거로 채택됐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영국, 일본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초정밀 유전체 분석 기반의 법의학 수사 기술 인프라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다. GDPR 등 개인정보 보호규제가 엄격한 유럽에서도 법적 요건을 충족하는 고신뢰 유전체 분석 사례와 플랫폼 인증이 늘고 있다.

 

한편, 유전체 정보가 인권·프라이버시와 직결되는 만큼 법·윤리·데이터 관리 등 제도적 고민도 병행되고 있다. 미국은 국립동물식별법 등 DNA 데이터 관리 기준을 보강하고 있고 한국에서도 바이오융합법과 같은 데이터 기반 규제 방향성이 논의 중이다.

 

전문가들은 “유전체 기반 법의학 기술은 앞으로 글로벌 수사 경쟁력의 핵심”이라며 “분석 대역폭·정밀성 뿐 아니라 개인정보 보호와 사회적 신뢰 확보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분석한다. 산업계는 이번 성과를 계기로, 정밀 유전체 분석 기술이 향후 수사 및 법의학 산업 혁신의 동력으로 안착할지 주시하고 있다.

조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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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마젠#유전체분석#체세포돌연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