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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북가족 파주서 또 대북전단 결행”…살아있는 증언→정부·경찰 압박 격화
정치

“납북가족 파주서 또 대북전단 결행”…살아있는 증언→정부·경찰 압박 격화

한유빈 기자
입력

삭막한 밤공기를 뚫고 희미한 불빛 아래, 납북자가족모임이 다시 한 번 파주의 들판에 섰다. 그들이 손에 쥔 라텍스 풍선에는 가족을 북에 잃은 깊은 시간의 기록, 누구도 쉽게 듣지 못한 생사 확인의 간절함이 함께 매달렸다. 이번 행보는 지난 4월 임진각, 5월 철원군에 이어 한 해 세 번째다. 공개를 피한 채 이루어진 대북전단 살포는 어둠 뒤편에서 접경지역 여론과 마주하며, 삶과 신념이 교차하는 격정의 순간을 드러냈다.

 

전단마다 납북 피해자 7명의 얼굴, 그날의 경위, 그리고 납치된 가족을 향한 메시지가 담겼다. 비밀리에 준비된 풍선 네 개는 남서풍을 타고 조용히 북녘 땅을 향했다. 공개행사를 고집하지 않은 까닭은, 주민과 시민단체의 강한 반발, 나아가 반복되는 경찰력 동원의 부담을 의식한 결과였다. 실제로 앞선 공개 살포 시도는 지역 주민과 경기도 특별사법경찰의 저지로 잇따라 무산된 바 있다.

“납북가족 파주서 또 대북전단 결행”…살아있는 증언→정부·경찰 압박 격화
“납북가족 파주서 또 대북전단 결행”…살아있는 증언→정부·경찰 압박 격화

최성룡 납북자가족모임 대표는 자신의 바람이 오직 가족의 생사를 밝히기 위함임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516명의 대한민국 국민이 북에 남겨진 채, 나는 외부의 지원을 받지 않고 납북자 문제 해결에만 전념하고 있다”며, “마지막까지 다양한 방법으로 북한에 소식을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단순한 항의가 아니라 살아남은 이들의 증언이자 유일한 통로인 셈이다.

 

그러나 대북전단을 둘러싼 논란은 쉼 없이 계속돼왔다. 헌법재판소가 지난해 9월, 대북전단금지법의 위헌 결정을 내리면서 법적으론 표현의 자유가 우선됐다. 그럼에도 경기도 등 지자체는 항공안전법 위반을 적용하며 경찰 수사 의뢰 공문까지 보내며 규제의 허들을 두텁게 세웠다. 경찰 역시 국토교통부 유권해석에 따라 관련 단체들을 검찰에 송치했지만, 전단과 풍선 무게가 2㎏ 이하일 경우 법조문 적용은 여전히 모호하다.

 

납북자가족모임은 실제 처벌을 피하기 위해 법규의 범위 내에서 전단 살포 방식을 조정하고 있다. 파주시는 지난 4월 경찰 수사 의뢰 공문을 내는 등 조치를 취했으나, 정식 고발까지는 나아가지 않은 상태다. 그럼에도 대북전단을 둘러싼 법적 공방과 접경지역의 긴장감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정부와 국회는 개인적 진정성과 사회적 안전이라는 두 명제가 날카롭게 부딪히는 이 사안에 대해, 향후 헌재 판결의 의미와 접경지역 실태를 반영한 특단의 입법·행정 대책을 검토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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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북자가족모임#대북전단#헌법재판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