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속도 앞세운다”…삼성바이오로직스, 글로벌 CDMO 시장 재편 예고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대규모 제조 능력과 ‘빠른 건설’ 강점을 내세워 바이오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시장의 재편을 주도한다. 2025 글로벌 바이오 콘퍼런스에서 발표된 삼성의 중장기 전략은 IT 기반 공정 혁신과 글로벌 고객 네트워크 확보에 방점이 찍힌다. 업계는 바이오 의약품 시장 고성장에 맞춘 ‘공장 건설 속도전’을 산업 패러다임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김동중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생협력센터 부사장은 3일 식품의약품안전처 주관 콘퍼런스에서 “송도 바이오캠퍼스 구축 뒤 해외 확장, 부지 추가 매입을 통해 생산기지 완성도를 높이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삼성은 이미 1~5공장을 순차 건설해왔고, 최근 5공장을 2년 만에 완공하며 업계 평균 대비 월등한 건설 속도를 입증했다. 2027년까지 항체 약물접합체(ADC) 완제의약품, 사전충전형주사기 등 차세대 완료품(DP) 공장을 신규 가동할 계획이다.

바이오 의약품 시장은 2023년 4990억 달러에서 연평균 9.3% 성장해 2030년 8550억 달러로 확대될 전망이다. 전체 의약품 시장에서 바이오가 차지하는 비중도 2023년 41.4%에서 2030년 47.9%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항체 의약품(8%), 펩타이드(13%), 세포유전자치료제(35% 이상) 등 각 분야 성장률을 근거로 투자 우선순위를 조정한다. 김 부사장은 “시장 성장 속도가 전체 의약품을 앞지르기 때문에 지속적인 투자가 불가피하다”고 언급했다.
특히 삼성바이오로직스는 CDMO뿐 아니라 위탁개발(CDO), 임상시험수탁(CRO) 등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속도를 낸다. 2018년 CDO 진출에 이어, 올해는 오가노이드(장기유사체) 기반 신약 스크리닝 서비스를 도입해 CRO 시장에도 본격 진출했다. 이 과정에서 자체 기술이 부족한 영역은 ‘바이오 라이프사이언스 펀드’ 조성을 통해 외부 혁신 기술을 흡수할 방침이다.
시장 측면에서는 미국 뉴저지·보스턴, 일본 도쿄 간 영업거점을 구축했고, 글로벌 톱20 제약사 중 17곳을 이미 고객사로 확보했다. 앞으로도 상위 40개사로 고객군을 넓힐 계획이다. “생산능력·포트폴리오·지리적 확장이라는 3대 축을 기반으로 엔드-투-엔드(End-to-end) 바이오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는 김 부사장의 언급도 있었다.
글로벌 바이오 CDMO 시장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를 비롯해 론자(스위스), 카탈란트(미국) 등이 경쟁하고 있다. 해외 주요 업체 대비 설비 건설 속도와 공장의 대규모화 측면에서 삼성이 차별점을 갖췄다는 분석이다. 다만 맞춤형 생산, 신약 분야 기술력은 향후 보완 과제로 지적된다.
제도적으로는 국내외 GMP(의약품 제조 품질관리 기준) 및 FDA 승인이 필수이며, 바이오 생산기지 확대 시 현지 인허가·규제 대응도 병행돼야 한다. 김 부사장은 “한국 바이오 시장의 경쟁력은 ‘빨리빨리’ 전략에 기반하지만, 이를 뒷받침할 제도적·인프라적 지원이 필수”라며 인력과 정책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바이오 의약품 시장 내 위탁개발생산 사업은 제조업적 민첩성과 표준화된 품질 보증 체계가 핵심이라고 분석한다. 산업계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대형 투자와 기술 융합이 실제 글로벌 시장 질서에도 변화를 가져올지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