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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 절감 외치면서 전직원에 태블릿 지급”…한국지역난방공사, 감사원 지적에 휘청
정치

“예산 절감 외치면서 전직원에 태블릿 지급”…한국지역난방공사, 감사원 지적에 휘청

신민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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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 절감 방침을 둘러싸고 한국지역난방공사와 감사원이 정면 충돌했다. 전 직원 대상 태블릿PC 구입 등 예산 집행 실태가 드러나자, 기관 운영의 책임과 통제 필요성이 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감사원은 정기감사 결과를 발표하며 업무 시스템 개선 사업이 중단됐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지역난방공사가 태블릿PC를 과다 구매한 점을 지적했다.  

 

감사원은 7월 3일 감사 결과를 통해 한국지역난방공사가 예산 편성과 집행에 있어 위법·부당 사례 16건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2022년 11월, 공사는 재무위험기관으로 분류된 데 따라 열 공급 통합운영시스템 재구축 예산 28억원을 전액 삭감한 바 있다. 그러나 곧이어 같은 해 12월 목적이 불명확한 전산비품 예산 30억원을 추가 편성하고, 2023년 10월에는 약 29억원을 들여 태블릿PC 2118대를 구매해 임직원 전원에게 배포했다.   

공사는 이미 2020년 6월 전 직원을 대상으로 노트북PC를 지급한 이력이 있어 태블릿 추가 구매의 필요성이 도마 위에 올랐다. 실제로 감사원 조사에 따르면 임직원 대부분은 태블릿PC를 당초 취지였던 온라인 교육 용도로 활용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적정한 검토 없이 개인용 비품 지급에 나선 것 자체가 예산 낭비”라며 기관에 주의 조치 요구 배경을 설명했다.  

 

이뿐 아니라, 신규투자 검토 과정의 부실도 문제로 지적됐다. 한국지역난방공사는 10억원 이상이 투입된 태백 바이오매스 발전사업에 있어 비현실적 목재칩 단가를 적용했고, 신설 자회사 사업은 1년도 채 되지 않아 중단됐다. 이로 인해 약 14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감사원은 사업타당성 업무를 맡았던 팀장에 대한 징계, 상급자 2명에 대해서는 주의를 촉구하라고 공사에 요구했다.  

 

열 공급 체계·운영을 둘러싼 실효성 논란도 이어졌다. 감사원 조사에 따르면 각 지사별 수요 예측 과정에서 실제 외기 온도 대신 특정 지점 평균값이 활용됐고, 발전기 운전 모드 역시 시스템 계산 대신 수작업으로 이뤄졌다. 또한, 생산전력 판매가가 높은 평일이 아닌 주말에 발전기를 가동해 효율을 저해하거나, 오차율 산정 기준을 임의 변경하는 등 경제성 관리 노력도 부족하다는 비판이 뒤따랐다.  

 

정치권은 이번 감사를 두고 공공기관 예산·투자관리의 난맥상을 상징하는 사례로 규정하며, 공공부문 혁신 요구에 힘을 싣고 있다. 한편, 업계 관계자들은 “각종 비품 집행의 필요성과 실효성을 반드시 명확히 해야 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감사원은 “공공기관의 예산 운용과 투자 검토 절차를 한층 엄격하게 다듬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이번 감사 결과를 바탕으로 추가 지침 마련과 재발 방지 대책 검토에 들어갈 전망이다.

신민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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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지역난방공사#감사원#예산낭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