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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잔존질환 맞춤 치료”…서울아산, 소아백혈병 생존율 4배↑
IT/바이오

“미세잔존질환 맞춤 치료”…서울아산, 소아백혈병 생존율 4배↑

박다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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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급성림프모구백혈병에서 미세잔존질환(MRD) 측정 기반의 맞춤 항암치료가 소아 환자의 생존율을 획기적으로 높이고 있다. 국내 병원이 미세잔존질환에 따라 항암제 강도를 조정해 항암 효과를 극대화한 결과, 기존 완치율 한계를 크게 뛰어넘었으며, 이는 소아 혈액암 치료 패러다임의 전환점으로 주목받는다.

 

서울아산병원 소아청소년종양혈액과 김혜리 교수팀은 2013년부터 2023년까지 소아급성림프모구백혈병 환자 212명을 대상으로 치료 각 단계에서 미세잔존질환 수치를 정밀 측정해 맞춤형 치료 전략을 적용했다. 미세잔존질환 수치가 0.1% 이상인 환자에게는 항암 강도를 강화하거나, 치료 주기를 추가하는 방식으로 맞춤 치료를 진행했다. 연구 결과, 미세잔존질환이 남아있던 환자군 중 치료를 강화한 집단의 5년 무사건 생존율은 90%로 기존 19% 대비 4배 이상 높았고, 공고요법 단계에서의 생존율 역시 치료 강화군이 95.2%로 집계돼 명확한 효용이 확인됐다.

이 기술에서 주목할 점은 기존 유세포분석법보다 100배 이상 고감도의 차세대염기서열분석(NGS, Next Generation Sequencing) 기반 미세잔존질환 검사를 2021년 도입함으로써 미량의 잔존 백혈병 세포까지 검출해낼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NGS 검사 적용으로 환자별 맞춤 치료 설계가 정밀해졌으며, 이에 따라 서울아산병원 소아백혈병 환자의 최근 완치율은 97% 이상으로 증가했다.

 

치료 맞춤화의 실제 효과는 재발 위험 감소와 생존 기간 연장에 명확히 나타났다. 기존 치료법에서는 미세잔존질환 상태를 구분해내기 어렵고, 항암 치료 강도 결정도 평균적으로 이뤄졌으나, 이번 연구 방식은 초고민감 MRD 수치에 맞춰 환자 개개인별 치료를 세분화했다. 이러한 접근은 항암 치료로 인한 부작용 중증도 역시 추가로 높이지 않은 점에서 환자 안전성도 보장했다.

 

글로벌 소아백혈병 분야에서도 치료 반응 기반 맞춤 치료 전략이 빠르게 확산되는 추세다. 미국, 유럽 등에서는 NGS 기반 MRD 검사가 점차 표준화되고 있으며, 한국이 선도적으로 임상 데이터와 실제 치료 성과에서 의미 있는 진전을 보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내에선 맞춤형 정밀 항암치료 확산을 위해 정부 차원의 혁신 의료기술 지원, 임상정보 데이터베이스 구축, 의료보험 적용 확대 논의도 이어지고 있다. 한편, 환자 유전자정보 보호·활용과 맞춤의료 표준화 등 제도 보완의 필요성도 제기된다.

 

김혜리 교수는 “미세잔존질환 수치를 정밀하게 기준화해 고위험군에는 특화된 항암 강도를 적용하면, 소아 백혈병 환자 생존율이 획기적으로 개선될 수 있음을 임상에서 확인했다”며 “정밀 진단과 맞춤 치료를 결합하는 방향으로 소아암 진료가 발전하고 있어, 완치율을 더욱 높이기 위한 연구와 노력이 계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산업계와 의료계는 이 같은 맞춤형 정밀치료 모델이 어린이 희귀암, 난치성 암 영역으로 확장될지 주시하고 있다. 기술 혁신과 임상 데이터 기반의 맞춤 의료가 신약 개발, 치료 프로토콜 개선, 의료 현장 혁신 등 다양한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

박다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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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아산병원#소아백혈병#미세잔존질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