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국회 개회식, 복장으로 대립”…우원식 의장 제안에 민주 한복·국힘 상복 대치
정치적 대치가 극에 달한 정기국회 개회식에서 정당의 상징적 복장 선택이 또 한 번 이슈가 됐다. 9월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우원식 국회의장의 한복 착용 제안을 놓고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국민의힘이 정면으로 맞섰다. 양측의 입장 차이는 개회식 전 과정에서 뚜렷하게 드러났다.
이날 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 의원들은 우원식 의장 제안에 따라 각기 다른 색상의 한복을 입고 정기국회 개회식에 참석했다. 일부 의원은 갓 등 소품을 더해 본회의장에 들어섰다. 반면 국민의힘 의원들은 검은색 정장에 ‘근조 의회 민주주의’ 리본을 달고 무거운 표정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이는 최근 국민의힘이 추천한 인권위원 선출안 부결, ‘방송 3법’ 처리, 노란봉투법 통과 등에 대한 항의의 뜻을 복장에 담은 것이라는 해석이 이어졌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회색과 보라빛의 한복을 직접 착용한 채 “여러 어려움이 있어서 모두가 한복을 입지 못한 것은 아쉽기는 하다”며 “한복을 세계 속으로 알리는 시작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민주당 의원들은 본회의장 안팎에서 한복 차림 사진을 찍으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 역시 부채를 손에 들고 한복을 입은 모습으로 등장했다.
한편 국민의힘은 의회 민주주의 훼손에 대해 강하게 반발했다. 박수민 원내대표 비서실장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민주당이 기업을 안 좋게 하는 법도 일방적으로 통과시키고, 특검도 연장한다고 한다”며 “헌법 질서와 의회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해있어서 웃거나 즐길 분위기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상복 차림에 ‘근조’ 리본이 달린 복장에는 이런 위기의식이 반영됐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날 개회식에선 우 의장이 한반도 평화 결의안 제정 촉구, 헌법개정특별위원회 설치 제안 등을 내놨다. 그러나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의원들은 박수로 호응한 반면, 국민의힘 의원들은 굳은 표정으로 침묵을 지켰다.
본회의 종료 이후에도 양상은 정반대로 이어졌다. 우 의장과 민주당·조국혁신당 의원들은 모여 기념사진을 남기며 축제 분위기를 보였다. 반면 국민의힘 의원들은 별다른 교류 없이 식장을 빠져나갔다.
정당 간 복장 선택이 사실상 정치적 메시지를 담는 통로로 활용된 이날의 개회식은 협치를 향한 기대와는 달리, 극단적 대립 양상을 재확인하는 자리가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회는 정기국회 일정에 따라 이날 대정부질문 및 주요 법안 논의를 이어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