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
“북한 입항·허위 신고로 징역형”…인도네시아인 선장, 부산지법서 집행유예 판결
정치

“북한 입항·허위 신고로 징역형”…인도네시아인 선장, 부산지법서 집행유예 판결

임태훈 기자
입력

남북 교류협력법 위반과 허위 신고 행위가 맞붙었다. 부산지법이 북한을 오간 화물선의 인도네시아인 선장에게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하며 법 적용의 경계가 주목되는 정국이다. 선장이 국내 규정에 반해 북한을 왕래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해상 통제체계와 대북 제재 틀을 둘러싼 긴장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부산지법 형사17단독 목명균 판사는 6월 28일 남북 교류협력에 관한 법률과 선박의 입출항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50대 인도네시아인 선장 A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범행의 경위와 내용 등에 비춰 죄질이 불량한 점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의 죄책이 무겁다”고 강조했다. 다만 범행 인정, 국내에서 처벌받은 전력이 없는 점, 구금 생활 약 3개월을 참작했다고 덧붙였다.

A씨는 지난 2월 9일 부산 영도구 남외항에서 출발한 1천517t급 화물선의 선장으로, 통일부 장관의 승인 없이 북한에 오간 혐의를 받았다. 당시 출항 신고 과정에서 목적지를 ‘원양’으로 허위 신고했으며, 같은 달 12일 북한 원산항에 입항했다. 이후 3월 5일까지 북한에 정박한 뒤 다시 부산에 급유 목적으로 들렀으나, 재차 ‘원양’이라고 신고해 위법성이 강조됐다.

 

특히 A씨는 당국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우리나라 해역에서는 선박자동식별장치(AIS)를 작동했다가 북한 해역에 진입한 뒤에는 이를 끄고, 북방한계선(NLL)을 넘어서야 다시 작동하는 방식으로 운항을 이어간 사실도 확인됐다. 뿐만 아니라 영해 밖 운항을 반복해 국내 당국의 감시망을 교묘히 벗어났다.

 

법원 판결에 따르면, 외국 선박이라 하더라도 남북한 간 선박 운행 시 통일부 장관 승인을 반드시 받아야 하며, 이번 사건 역시 이를 위반한 점이 주요 쟁점이었다. 문제의 화물선은 대만 법인 소유의 몽골 선적 선박으로, 당시 A씨를 포함한 인도네시아 국적 승선원 8명이 승선 중이었다. A씨는 해경 조사에서 컨테이너에 실린 육류 약 450t을 판목적으로 북한에 들어갔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 일각에선 이번 판결을 대북제재 체계의 엄정함을 확인하는 신호로 해석했다. 동시에 해상 감시시스템의 실효성과 외국 선박에 대한 법 집행 기준에 관한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 반면 일부 전문가들은 선박 운항 원칙과 국제무역 결정 사이의 현실적 교차점을 보다 세밀히 점검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날 판결로 인해 해상 남북교류 방지 및 대북제재 준수 여부가 언론과 시민사회에서 다시 쟁점으로 부각될 전망이다. 정부는 외국 선박의 남북 왕래 감시와 처벌 기준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전해졌다.

임태훈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부산지법#인도네시아선장#북한입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