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밥상, 막걸리 한 잔에 깃든 세월”…경남에서 쏟아진 아버지의 눈빛→숨겨진 가족의 울림
밝은 물빛 아래 펼쳐진 양조장의 풍경은 경쾌한 노랫가락처럼 일상을 감싼다. 그러나 그 한 잔의 막걸리에는 맑고도 깊은 세월이 스며 있다. KBS1 ‘한국인의 밥상’은 동틀 무렵 지평막걸리의 짙은 풍미와 충남 청양의 권경남 씨가 일구는 양조장 풍경, 그리고 삶을 엮어가는 가족 이야기를 통해, 아버지의 외로움과 어머니의 애틋함에 가만히 시선을 얹는다. 흙냄새 스며든 밭고랑에서 불어오는 바람 속에는, 모내기철의 노고와 서로를 위로하는 술잔 소리가 겹쳐진다.
경기도 양평군 지평면에 남아 있는 오래된 양조장에서는, 막걸리를 빚는 손길마다 물맛과 정성이 켜켜이 쌓인다. 밭일에 지친 가족을 위해 준비된 돌미나리와 북어포 국물에서부터, 소박한 술맛을 빚는 엄마의 직설적 다정함까지 고스란히 담긴다. 그 풍경에는 잔에 담긴 기쁨과 서운함, 따스한 안주와 함께 익어가는 하루의 위로가 모여든다. 모내기철마다 동네 사람들 손에 전해지는 막걸리와 전의 넉넉함, 그리고 안부를 주고받는 푸근한 정이 술상에 더해진다.

칠갑산 자락 충남 청양의 양조장에서는 아버지 권경남 씨와 아들 권순오 씨가 함께하는 시간이 특별한 온기를 불어넣는다. 어린 시절 술밥의 추억에서 시작해, 막걸리에 인생을 맡긴 권경남 씨의 여정은 아들의 합류로 다시 흐름을 얻는다. 고전 방식으로 막걸리를 빚는 권경남 씨 옆에는 배움을 잇는 아들, 그리고 김은옥 씨가 전하는 술지게미 수육과 구기자 순, 초계 무침이 술상 위 감동의 색을 더한다. 서로 부대끼는 마음과 흘린 땀이 가족 모두의 인생에 녹아들고, 그 안에 술맛보다 더 깊은 세월이 스며든다.
경기도 양주에는 남편을 위한 손길에서 출발한 김영자 씨의 술 빚기와, 백씨 문중의 전통이 조용히 이어진다. 벼누룩으로 되살린 고전적인 막걸리의 맑은 빛과 과일향, 시어머니에게 전해들은 녹두전, 연푸국, 가마솥 통닭구이는 한 잔 앞에 마음을 풀어놓게 한다. 며느리 손끝에서 전해지는 안주에는, 지나간 세월의 추억과 가족을 감싸온 시간의 내음이 짙게 남는다.
막걸리 한 잔 앞, 아버지의 고독과 어머니의 바람이 얽히고, 가족은 삶의 의미를 조금씩 건져 올린다. 밥상 위에는 세월을 견딘 위로와 사랑, 소박한 축복이 흐르고, 시청자는 그 순간을 통해 자신만의 추억과 온기를 떠올리게 된다. 깊어가는 막걸리 한 잔과 함께, ‘한국인의 밥상’은 아버지의 술상에서 가족 모두의 위로가 익어간다는 사실을 감동적으로 그려냈다.
개성 넘치는 양조장의 진심과 가족의 응원을 담은 ‘한국인의 밥상’의 이번 이야기는 5월 29일 저녁 7시 40분에 방송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