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AS·ARF 무대서 한반도·북핵 ‘파장’”…박윤주, 말레이시아 아세안 회의 외교전 돌입
신냉전 구도가 고착화되는 가운데 한반도 주변 열강과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회원국이 10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외교 각축전을 벌인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2기 행정부 출범 영향으로 국제정치 환경이 급변하면서, 이번 아세안 연계 다자회의에 한미일중러가 총출동했다. 정치적 갈등과 북핵 문제, 그리고 공급망·AI 경쟁 등이 전방위로 부상한 상황에서 각국이 맞붙는 셈이다.
이번 회의에는 박윤주 외교부 제1차관이 우리나라 대표로 참석한다. 박 차관은 10일부터 이틀 동안 한-아세안, 아세안+3(한중일), 동아시아정상회의(EAS), 한-메콩,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 등을 잇달아 소화할 예정이다. 정부 관계자는 "아세안 중시 정책의 연장선에서 공급망, 인공지능, 문화, 녹색전환 등 협력 의제를 강조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EAS 및 ARF에서는 한미일중러 등 한반도 주요 이해당사국이 나란히 머리를 맞댄다. 북핵, 한반도 평화뿐 아니라 미얀마 사태, 남중국해 영유권, 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분쟁 등 국제안보 현안을 두고 집중 논의가 예상된다. 특히 ARF 회의 결과로 나오는 의장성명에 한반도 비핵화 메시지가 얼마나 반영될지가 외교적 관심사다. 한편 정부는 "북한 규탄보다는 평화지향 메시지에 방점을 둘 것"이라는 입장도 시사했다.
이번 한-아세안 외교장관회의를 계기로, 한국과 아세안 간에는 지난해 10월 타결된 '포괄적 전략동반자 관계 공동성명' 이행 계획인 ‘2026~2030 행동계획(POA)’이 공식 채택된다. 회의 참석에는 차관급이 파견됐는데, 이는 조현 외교부 장관 후보자 인준 절차가 완료되지 않은 데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주요국 외교장관과의 양자 정상급 회담에는 한계가 있을 전망이다.
북한의 ARF 참석 여부 역시 외교가의 뜨거운 이슈다. 현재 북한은 말레이시아와의 관계 단절 등 복합요인으로 불참 가능성이 거론된다. 외교 당국자는 "북한이 불참할 경우, 2000년 ARF 가입 이후 처음 있는 일"이라며 "북핵 등 한반도 사안 논의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 박윤주 차관은 회의장 주변에서 러시아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교장관 등 주요국 대표들과의 비공식 접촉 가능성도 모색 중이다. 태국,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 아세안 국가들과는 별도 양자 회담 일정을 조율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는 EAS·ARF 등 다자외교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신정부 들어 아세안과의 협력이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피력했다. 정부는 향후 회의 결과를 바탕으로 한반도 평화정책 공조와 지역 협력을 본격 강화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