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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국무 루비오, 中유학생 비자 취소 전격 선언”…미중 긴장 고조→학문·외교 지형 요동
국제

“美국무 루비오, 中유학생 비자 취소 전격 선언”…미중 긴장 고조→학문·외교 지형 요동

김태훈 기자
입력

희미한 초여름의 아침, 워싱턴 D.C.의 외교 거리는 아직 어둠이 걷히기도 전부터 복잡한 소용돌이에 휩싸였다. 5월 28일,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이 소셜미디어 X(구 트위터)에 남긴 몇 줄의 메시지는 짙은 안개처럼 미국과 중국을 가로지르는 갈등의 골짜기에 또 하나의 파문을 던졌다. 그는 중국 공산당과 연관된 인물, 그리고 미국 대학과 연구기관 내에서 활동하는 주요 연구자 집단이 새로운 비자 취소와 심사 강화의 대상이 될 것임을 명확히 했다.  

 

국무부는 같은 날, ‘중국이 아닌 미국을 우선으로 두는 새로운 비자 정책’이라는 강도 높은 성명을 내놓았다. 해당 발표에는 미 국토안보부와의 긴밀한 조율 속에, 중국 및 홍콩 출신 유학생의 비자 심사를 전면 재정비하겠다는 방침까지 포함됐다. 성명서의 행간에서는 이전 트럼프 행정부의 색채가 또렷하게 묻어났다. 트럼프 전 대통령 리더십 아래 진행된 이 정책은 단순한 이민 행정 개선을 넘어, 미국 내 안보와 국제 교류, 그리고 미중 간 연구 및 인재 유치 경쟁의 지형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출처=뉴시스
출처=뉴시스

정치적 맥락은 이번 조치의 무게를 더욱 깊게 한다. 국무부가 최근 미국 내 모든 대외공관에 외국인 유학생 비자 인터뷰 중단을 지시한 직후, 이같은 발표가 잇따른 것이다. 긴장 수위는 미중 무역 협상의 현주소와도 긴밀히 연결돼 있다. 미국 언론 액시오스가 고위 관료의 입을 빌려 “모든 것이 연결돼 있다”고 전달한 대목은, 정책 결정의 이면에 얼마나 복잡한 이해와 계산이 교차하고 있는지 보여준다.  

 

마코 루비오 장관은 플로리다 공자학원 퇴출을 이끈 2018년 이후, 워싱턴 강경파의 상징처럼 자리매김해왔다. 이번 조치가 모든 중국 유학생 28만 명을 직격하는지 여부는 불확실하지만, 이미 수만 명에 달하는 중국계 청년과 가족들, 그리고 미국 내 주요 대학의 관계자들은 불안에 잠 못 이룬다.  

 

이날 발표는 국제 대학가에도 높은 파장을 일으킨다. 트럼프 행정부가 최근 하버드대를 포함한 주요 대학과의 갈등, 특히 엘리트 교육기관 내 진보 경향과 반유대주의 논란을 둘러싼 갈등은 이번 비자 정책 기조에도 흔적을 남긴다. 각국 정부와 국제사회는 미국의 정책 전환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동맹국과 학생 교류 프로그램, 연구 협력까지 연쇄적 영향을 받을 수 있음을 경계하고 있다.  

 

서두른 영문 해명의 그늘 아래, 세계는 다시 한 번 글로벌 지식 교류의 자유와 국가안보라는 가치를 두고 치열한 줄다리기에 돌입했다. 미중 관계의 새로운 장, 그 불안과 변화의 흐름은 한동안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김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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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코루비오#미중관계#유학생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