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개인정보법, 규제·인력 허들”…KISA, 기업 지원 강화
EU의 개인정보 보호 규제가 국내 기업들의 유럽 시장 진출 전략에 중대한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기업 10곳 중 8곳이 GDPR 등 EU 데이터 규제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실제 대응 과정에서는 규제 정보와 전문 인력 부족을 호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는 이번 조사를 ‘EU 시장 내 데이터 컴플라이언스 경쟁’의 분기점으로 해석하고 있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은 최근 벨기에와 독일, 프랑스 등 EU 5개국에 진출했거나 진출을 희망하는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3주간 실태 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 응답 기업의 80.4%는 EU 개인정보 보호 규제 준수가 필수라고 응답했다. GDPR(일반 개인정보 보호법)이 단연 최우선 과제로 꼽혔고, 데이터법(Data Act), 디지털시장법(Digital Market Act), AI법 순으로 중요도가 이어졌다.

의료·제조업 분야에서는 데이터법 준수가, ICT 분야에서는 디지털시장법과 AI 규제 대응이 핵심 과제로 지목됐다. 그러나 대기업을 제외한 대부분 기업(68.9%)은 법적 의무와 실무 대응 방안에 대한 이해도가 낮아 적극적 대응에 한계를 드러냈다. 구체적으로는 규제·정책 정보 부족, 사내 전문 인력 및 인프라 미비, 신뢰할 만한 현지 파트너 발굴의 어려움이 대표적 애로사항으로 집계됐다. 특히 EU 진출을 앞둔 초기 기업들은 진출 단계부터 정책 가이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U에서는 GDPR을 비롯해 데이터법, 디지털시장법, AI법 등 데이터·개인정보 생태계를 관통하는 다양한 규제가 시행되며, 기업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미국, 영국 등 선진국 주요 기업은 전문 조직 구성과 내부 교육, 현지 법률자문 등 체계적 대응책을 마련 중이다.
이 같은 흐름을 반영해, KISA는 개인정보보호위원회와 연계해 벨기에에 ‘EU 개인정보 보호 협력센터’를 운영 중이다. 앞으로는 국내 기업을 위한 개인정보보호책임자(DPO) 협의체 구성, 국가별·산업별 맞춤 규제정보 제공, 실무 중심 세미나 및 정책 가이드 개발 등 지원 프로그램을 확대할 계획이다.
산업계 전문가들은 “GDPR 등 EU 데이터 규제가 표준화 국면에 들어서면서, 첨단 IT·바이오 기업도 글로벌 시장 공략 전략에 데이터 컴플라이언스 역량이 필수 요소가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KISA 이상중 원장은 “EU는 단일 최대 시장이자 우리 기업 진출의 핵심 지역인 만큼, 체계적이고 세밀한 지원이 요구된다”며 “국내 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실효적 지원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산업계는 EU의 개인정보 규제 환경이 한국 IT·바이오 기업의 유럽 진입 장애물로 작용할지, 새로운 글로벌 경쟁우위로 연결될지 주목하고 있다. 기술과 규제의 균형 확보가 해외 시장 진출의 관건인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