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노트 돈 워스, 재즈의 연금술”...86년 전통에서 혁신→끝없는 음악의 대화
스튜디오를 물들이는 아련한 조명 아래, 블루노트레코드의 돈 워스 대표는 깊은 내공과 온기로 재즈의 결을 하나씩 펼쳐 보였다. 침묵과 울림 사이에서 살아 숨 쉬는 옛 LP의 감성, 그만의 신념과 섬세한 손길이 스튜디오를 감쌌다. 세월을 견뎌온 바늘 끝에서 시작된 음악은 공기처럼 번져 나가, 듣는 이 모두의 가슴에 따스하게 내려앉았다. 음악을 향한 열정과, 과거와 미래를 잇는 도전과 변화가 섞인 순간, 블루노트가 보낸 한 줄기 메시지는 묵직한 울림으로 다가왔다.
올해로 86주년을 맞은 미국 대표 재즈 레이블 블루노트레코드는, 아프리카의 원초적 음계와 서구 문화의 거대한 흐름이 만나는 지점에서 스스로의 사운드를 완성했다. 1939년, 나치의 탄압을 피해 미국에 온 앨프리드 라이언과 프랜시스 울프가 피아노 듀오 앨범으로 첫 역사를 새겼고, 이후 혁신의 길을 멈추지 않았다. 2012년부터 이 흐름을 이어받은 돈 워스는 밥 딜런, 존 메이어, 롤링 스톤스 등 다양한 아티스트와 작업해오며 재즈의 전통에 현대의 숨결을 불어넣고 있다.

돈 워스는 자신을 ‘오래된 팬이자 변화의 애호가’로 소개했다. 그는 “블루노트 레코드는 언제나 경계를 넓혀온 혁신의 역사를 가진다”고 강조했다. 임마누엘 윌킨스, 도미 앤 제이디 벡, 제임스 브랜든 루이스 같은 젊은 아티스트부터 폴 코니시, 마야 딜라일라 등 신진 뮤지션들이 만들어내는 물결, 그리고 델로니어스 몽크, 아트 블래키, 허비 행콕까지 거장들의 흔적이 함께 넘실거린다. 워스는 세대와 장르를 넘어선 재즈의 온기를 다양한 방식으로 계승·발전해왔고, 직접 인터뷰를 진행하는 유튜브 채널 ‘퍼스트 룩’을 통해 신예의 에너지와 거장들의 깊이를 연결하고 있다.
이와 동시에 블루노트레코드는 사운드의 정수, 엔지니어 루디 반 갤더의 마스터링, ‘톤 포엣 시리즈’로 대표되는 기술의 예술이 어우러진다. 워스는 오리지널 바이닐 제작 공정이 연금술 같다고 표현하며, “사운드는 뮤지션의 비전과 목표를 있는 그대로 담아내야 한다”고 말한다. 이는 블루노트의 고집이자 타협하지 않는 진짜 음악을 향한 여정이다.
돈 워스는 음악 인생을 ‘밴드에서 베이스를 맡은 사람’으로 비유했다. 그는 “모든 뮤지션은 남의 소리를 귀 기울여 듣고, 서로를 격려하고 보듬는 데서 겸손과 공감의 가치를 배운다”고 말했다. 이러한 교감과 신뢰는 단순한 소리의 기록을 넘어, 세대를 아우르는 공동체적 미학으로도 이어진다.
시대가 빠르게 변해도 블루노트레코드는 멈추지 않는다. 빈티지 바이닐 한 장의 온기처럼, 워스와 블루노트는 지난 시간의 결을 지켜내며 새로운 미래를 향해 나아간다. 혁신과 전통, 감성과 비전 사이에서 끊임없이 진정한 ‘좋은 소리’를 추구하는 여정이다. 100주년에 14년을 남겨둔 현재, 블루노트는 앞으로도 “소리에 답이 있다”는 믿음과 함께 재즈의 온기와 진심을 기록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