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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즈 치료제 API 생산 확대”…유한화학, 128만리터 체제 구축 속도
IT/바이오

“에이즈 치료제 API 생산 확대”…유한화학, 128만리터 체제 구축 속도

김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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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즈 치료제 원료의약품(API) 생산 기술이 바이오 산업 공급망의 주도권을 좌우하는 변곡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유한양행의 자회사이자 원료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전문 기업인 유한화학이 화성공장 증설에 착수한다. 글로벌 제약사들이 에이즈 예방주사 등 차세대 치료제 수요를 대거 늘리면서, 대형 공급 계약이 잇따르고 있다. 업계는 이번 증설 발표를 ‘바이오 원료 CDMO 분야 주도권 경쟁의 분수령’으로 평가 중이다.

 

유한화학은 2027년 하반기 완공을 목표로 화성공장 내부에 29만2000리터 규모 생산동(HC동)을 신규 건립할 계획이다. 최근 99만5000리터 캐파로 증설이 완료된 HB동이 이미 풀가동에 들어간 데 따라, 추가 설비 투자가 결정됐다. HC동까지 포함하면 유한화학의 전체 원료 생산능력은 128만7000리터로 늘어난다. 시설은 연속생산(Flow Chemistry) 체계를 도입했고, 생산공정 데이터 무결성을 확보하는 네트워크 시스템이 적용됐다. 이로써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는 품질과 생산 효율을 동시에 갖췄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성장세는 글로벌 제약사 계약 확대에 힘입고 있다. 유한화학은 길리어드 사이언스와 연이은 API 공급 계약을 체결, 이번에는 843억원 규모의 공급을 공시했다. 이는 지난해 9월 1077억원, 지난 5월 888억원 공급에 이은 세 번째 대형 계약이다. 길리어드 사이언스가 개발한 에이즈 예방 주사제 ‘예즈투고’가 2024년 6월 미국 식품의약국(FDA) 품목허가를 받으며 관련 원료 수요가 급증했다. 유한화학은 주고객사 공급 계약을 토대로 상반기 매출액 1492억원을 기록, 전년 동기 대비 두 자리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이번 증설과 대규모 계약은 국내 CDMO 기업이 글로벌 신약의 초기 원료 생산 허브로 역할을 확장하는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업계에서는 유한화학이 기술력과 생산 규모, 품질관리 시스템 등에서 기존 해외 강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고 평가한다. 미국, 유럽 등 바이오 선진국들도 긴밀한 CDMO 파트너 확보를 위해 국내 기업 발굴에 적극적인 분위기다.

 

바이오 위탁생산 시장이 빠르게 고도화되면서, 정부 차원의 생산시설 인증·규제 관리 및 품질보증 체계 마련도 경쟁력 확보의 관건으로 부각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원료 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GMP) 규정 강화, FDA·EMA 등 해외허가 요건 충족 여부도 중요한 진입장벽이다.

 

전문가들은 유한화학의 고성장 및 글로벌 공급계약 확대로, 국내 바이오 산업의 위상이 한층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업계 연구자는 “글로벌 CDMO 시장에서 기술력과 생산능력을 앞세운 기업이 구조적 성장 국면을 맞았다”며 “출시 속도와 원가경쟁력을 바탕으로 신약 산업 공급망을 선점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산업계는 이번 공장 증설이 실제 시장 확장으로 이어질지 주목하고 있다. 기술, 품질, 규제 등 삼중 변수가 국내 바이오 CDMO 시장의 미래를 좌우할 전망이다.

김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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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화학#유한양행#길리어드사이언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