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핵협상 결렬 신호”…국제유가 4% 폭등, 중동 긴장 고조→에너지시장 불안감 번진다
어둑한 새벽, 중동의 그림자와 바람은 세계 에너지 시장의 긴장감마저 휘감고 있다. 6월 11일 밤, 런던에서부터 뉴욕에 이르기까지, 석유 시장의 가격표는 짙은 불안의 그림자를 새겼다. 미국과 이란의 핵협상에 다시 암운이 드리워지자, 국제유가는 긴장 고조를 거울 삼아 4% 넘게 치솟았다.
영국 ICE선물거래소는 브렌트유 7월물 종가를 배럴당 69.77달러로 기록했다. 불과 하루 전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웠던 4.34%의 급등이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는 서부텍사스산원유(WTI) 7월물이 배럴당 68.15달러로 마감되며 4.88%의 강한 반등을 그렸다. 이처럼 브렌트유가 배럴당 69달러를 다시 넘긴 풍경은 지난 4월 초 이후 처음이다.

중동 지역의 긴장 수위가 갈수록 높아지며, 글로벌 에너지 시장은 불확실성을 더욱 짙게 맞고 있다. 미중 무역협상 등 긍정적 외부 요인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이란 사이의 핵협상 결렬 가능성이 직접적으로 원유 가격의 추가 상승을 견인했다. 미국 행정부는 이라크 주재 대사관의 비필수 인력 철수를 지시했으며, 바레인과 쿠웨이트 또한 자국 외교 인력과 가족의 철수를 허용해 그 불안감이 확장되고 있다.
시장 전문가 필 플린 프라이스퓨처스그룹 수석 애널리스트는 “시장이 반영한 지정학적 리스크의 깊이가 예상보다 컸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이란과 미국은 중재국 오만의 조율로 이미 다섯 차례 대화를 이어왔으나, 6차 핵협상을 앞두고 갈등의 불씨가 되살아났다. 이란이 협상 결렬 시 미국의 중동 내 기지들을 겨누겠다고 경고하면서 불안은 더욱 증폭됐다. 아지즈 나시르자데 이란 국방장관은 “모든 미군기지가 이란의 사정권 안에 있다”며, 충돌 시 즉각 응전하겠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핵심 쟁점인 이란의 우라늄 농축 허용 여부를 둘러싼 입장차는 좁혀지지 않고 있다. 미국측은 오는 12일, 이란은 15일로 6차 협상 일정을 각각 발표했으나, 진전 가능성보다는 치열한 협상의 끝자락에 접어든 분위기가 감돈다.
투자자들과 시장은 추가적인 지정학적 변동성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긴장과 불확실성은 원유 관련 자산의 변동성을 확대시키며, 에너지 가격의 파동이 세계 경제 전반에 미칠 영향 또한 덩달아 커지고 있다.
밤이 깊어질수록 중동 하늘에 걷힌 불확실성은, 바다 건너 금융시장에까지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운다. 전 세계는 결렬 위기의 이란 핵협상과, 그로 인한 에너지 가격의 급등이라는 파장이 어디까지 번질지, 가늠할 수 없는 내일을 두려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