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수첩 낙동강 농민의 눈물”…정한수·곽상수, 녹조에 뒤덮인 삶→죽은 강의 울림
누군가의 이른 아침은 낙동강에 그물을 드리우는 뱃길 위에서 열렸다. 지난날 맑은 강의 품에 안겨 온 가족의 꿈을 지탱하던 농어민 정한수와 곽상수의 이야기는 이제 녹색 독성의 그림자 아래 고단하게 이어진다. MBC ‘PD수첩’은 녹조라는 거대한 파도 앞에 무너진 농촌과 강의 슬픈 현재를 카메라에 담았다.
정한수는 30년 동안 낙동강에서 생계를 일궈왔다. 그러나 4대강 이후, 물고기의 움직임이 뚝 끊겼고, 물가에 발을 들이는 순간 반복된 피부병은 일상이 됐다. 자신의 아픔을 무심히 흘려버릴 수 없었던 정한수는 독기가 강물에 번졌다는 자각과 함께, 사라진 생명의 신음에 귀 기울였다.

곽상수 역시 농민의 무거운 마음을 품었다. 경북 고령에서 오랜 세월 농부로 살아온 그는, 보가 세워진 뒤로 수박 농사마저 비워두었고, 논과 밭에 들어온 녹조로 인해 벼마저 힘들게 자랐다. 상추 한 장에도 마이크로시스틴이 스며든 현실 앞에, 곽상수는 더 이상 농산물의 안전을 확신할 수 없었다. ‘PD수첩’은 낙동강 유역 농민들의 물과 농산물 상태를 추적하며, 밥상 위로 번진 녹색 위험의 실체를 파고든다.
이어 제작진은 내성천과 금강의 변모를 바라봤다. 강을 가로막던 수문이 열리고, 모래톱과 멸종위기종 흰수마자가 돌아온 강가에는 작은 생명의 부활이 피어났다. 오랜 침묵 끝에 다시금 흐르는 물길에서 재자연화의 가능성이 조용히 움튼다. 썩은 물과 상처를 안은 채, 강이 다시 생명을 품는 순간은 보는 이들에게 깊은 울림을 남겼다.
죽음에 가까워진 강을 다시 살릴 수 있을지, 강과 함께 살아온 이들의 희생과 분노, 그리고 희망이 뒤얽힌 밥상 위 질문이 무겁게 드리워진다. 이번 ‘녹조, 4대강을 넘다’ 편은 강의 생명과 인간의 삶을 조명하며, 재자연화가 만들어가는 변화의 풍경을 보여줄 예정이다.
한편, 시간의 풍파를 딛고 되살아난 내성천과 금강의 이야기는 오는 9월 30일 밤 10시 20분, MBC ‘PD수첩’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