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슈퍼컴 통합 서비스 개막”…KISTI, 하이브리드 연구생태계 본격화
양자컴퓨팅 기술이 국가 연구 인프라의 새로운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지원으로 ‘양자컴퓨팅 서비스 및 활용체계 구축 사업’의 주관기관에 선정되며, 국내 양자·슈퍼컴퓨팅 하이브리드 연구 체계가 본격화되는 계기가 마련됐다. 이번 사업은 2028년까지 공공과 산업계를 아우르는 차세대 고성능 컴퓨팅 생태계를 구현함으로써, 기존 초고성능컴퓨팅(HPC) 환경을 양자 기술과 접목하는 혁신의 분기점으로 평가된다.
이번 사업은 KISTI와 메가존클라우드를 포함한 산학연 연합이 핵심 역할을 맡았다. SDT, 숙명여자대학교, 광주과학기술원(GIST), 국립금오공과대학교 등도 위탁연구에 동참한다. 참여 기관들은 양자컴퓨터 도입과 서비스 플랫폼 개발, 슈퍼컴퓨팅·양자컴퓨팅의 하이브리드 운용기술, 실전 사용자 지원 등 전주기적 역량을 집중한다. 핵심 인프라로는 미국 IonQ의 최신 이온트랩(ion trap) 기반 양자컴퓨터 ‘Tempo’가 국내에 처음 도입된다. Tempo는 바륨 이온을 활용해 결맞음 시간(양자정보가 유지되는 시간)과 충실도(연산 신뢰도), 큐비트간 올투올(All-to-All) 연결성을 높인 시스템으로, 차세대 양자 알고리즘 및 시뮬레이션에 적합한 플랫폼이라는 평가다. KISTI는 올해 4월 IonQ와 협력도 공식화하며 글로벌 기술 도입을 가속하고 있다.

하이브리드 운용방식이 도입되면, 기존 슈퍼컴퓨터의 고속 연산력과 양자컴퓨터의 특정 연산 우위를 상호 보완해 신약개발, 물질과학, 최적화 등 복잡한 학문·산업 문제 해결에 돌파구가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 기존 슈퍼컴퓨팅만으로는 연산 현저히 오래 걸리던 난제를 양자특화 알고리즘으로 단축하는 활용 가능성도 높아진다.
양자컴퓨팅 도입 경쟁은 미국, 유럽, 중국 등에서 이미 치열하게 전개 중이다. 유럽연합(EU)은 ‘양자 플래그십’ 프로그램을 통해 여러 거점에 국가급 양자컴퓨터를 도입했고, 미국도 IBM·IonQ·Google 등 민·관 합작으로 슈퍼컴퓨팅-양자컴퓨팅 통합 실증 환경을 확장 중이다. KISTI의 이번 사업도 국제적 추세에 발맞춘 ‘퍼블릭 R&D용 양자컴퓨팅 플랫폼’ 확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국내 적용 확장을 위해선 데이터 보안·공유 규제, 양자 알고리즘 개발인력 부족, 산업 연계용 표준화 등 과제가 남아 있다. 정부 역시 양자컴퓨팅 법제 및 지침, R&D 인재양성 전략을 병행하고 있으며, 이번 사업을 통한 랩 인프라 제공과 기술 내재화가 제도·윤리적 기반을 공고히 할지 주목된다.
KISTI 이식 원장은 “양자컴퓨터 도입이 슈퍼컴퓨터와의 하이브리드 방식으로 국내 연구자, 학생, 기업들에게 신속하고 효과적인 활용환경을 제공할 것”이라며 “양자컴퓨팅 플랫폼의 실전 경험을 축적해 국가 연구와 산업 생태계 발전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산업계는 이번 기술이 실제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