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5회 못 넘겼다”…엄상백, 78억의 그림자→한화 선발운영 흔들
78억 FA 계약의 묵직한 책임은 뜻밖의 무게로 돌아왔다. 엄상백은 3일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전에서 또다시 5회를 채우지 못하고 강판됐다. 부진을 털어내지 못한 채 마운드에서 내려오는 그의 어깨에, 팬들의 기대와 성장통이 함께 얹혀 있었다.
경기 초반부터 흔들린 엄상백은 1회 연속 안타와 볼넷으로 실점하며 주저앉았다. 3⅔이닝 5피안타 3사사구 1탈삼진 3실점. 시즌 14경기에서 1승 6패, 평균자책점 6.23에 그친 수치는 대형 FA 투수에게 쏟아진 신뢰와는 딴판이었다. 4년간 78억 원의 계약, 우승 레이스를 꿈꾸던 한화에 엄상백의 부진은 선발진 불안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한화는 류현진, 폰세, 와이스, 문동주까지 내세우며 강력한 선발진을 기대했다. 그러나 엄상백이 5회를 채 넘기지 못하는 등 7차례 조기 강판에 그치면서 불펜과 타선에 부담이 쌓이고 있다. 실제로 등판 시 평균 4⅓이닝 소화율은 한화 선발진 운용에 깊은 고민을 남겼다.
현장 분위기도 예전만 못하다. 4월 18일 NC전 승리 이후 약 3개월째 추가 승리와 인연을 맺지 못한 엄상백에게 구단과 팬들의 시선은 냉정하게 돌아섰다. 한화 벤치에서도 불펜 전환 등 보직 변화 가능성이 거론되는 가운데, 1위 다툼이 치열해진 레이스에서 팀 운명을 결정지을 선택이 점차 절실해지고 있다.
엄상백은 KT 위즈 시절 두 차례나 두 자릿수 승리를 따냈고, 지난해 13승으로 FA 대형 재계약을 이끌었지만, 한화 이적 첫 해에는 한 번도 무실점 경기를 기록하지 못했다. 1군 복귀 후에도 흐름 반전 기회를 잡지 못하면서, 본인 스스로도 자책감을 떨치지 못하는 모습이 계속됐다.
숫자와 기대, 현실 사이의 온도차는 한화의 미래 설계에 깊은 물음을 던진다. 한화 구단은 남은 시즌, 엄상백의 잠재력 복원이냐 과감한 포지션 변환이냐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 이제 팬들과 동료들의 신뢰를 다시 얻을 수 있을지, 엄상백의 남은 시즌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하루를 버티는 선수에게 구단과 팬의 응원이 얼마나 큰 힘이 될 수 있는지, 마운드에서 지켜본 시간은 길었다. 엄상백의 다음 등판, 그리고 한화의 전략 변화는 야구팬들의 뜨거운 관심 속에서 시즌 후반부에 접어들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