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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천500억달러 대미 투자 본격화”…이재명 대통령, 4대 그룹에 한미 공급망 협력 강조

신민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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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경제 협력 확대를 두고 재계와 정부가 다시 한 번 손을 맞잡았다.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나선 민관 합동 회의에서 1천500억달러(218조원) 규모의 대미 민간 투자 실행이 현실화되며, 정치·경제적 파장이 커지고 있다. 대규모 투자 유치는 한미 관세·안보 협상 세부 합의와 더불어, 양국 공급망 리더십 경쟁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진다.

 

16일 대통령실과 재계에 따르면, 지난 14일 양국 정부가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를 발표하고 3천500억달러 규모의 '한미 전략적 투자에 관한 양해각서'(MOU)까지 맺으면서, 삼성전자·SK·현대차·LG 등 국내 주요 그룹이 약속한 1천500억달러 대미 투자도 새 국면을 맞은 것으로 보인다.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은 지난해 8월 워싱턴에서 개최된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을 통해 국내 민간기업들의 대규모 투자 의사를 공식 표명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SK, 현대차그룹, LG 등 주요 그룹이 정부에 구체적인 투자 계획을 제출했다.

 

정부와 업계의 긴밀한 소통 노력은 이날 2시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한미 관세 협상 후속 민관 합동회의에서 재차 확인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정기선 HD현대 회장,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여승주 한화그룹 부회장 등 7명의 재계 총수 및 대표를 직접 초청했다.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한미 공급망 협력이 양국 미래 산업의 핵심"이라며, 민간 투자에 힘을 실을 뜻을 재확인했다. 기업인들에게는 한미 관세 협상 진행상황과 향후 정책 로드맵을 상세히 설명하고, "기업의 현장 목소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4대 그룹을 중심으로 한 민간 대미 투자는 주요 사업별로 구체화되는 모양새다.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텍사스주 테일러에 170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한 것에 이어, 지난해 대미 투자 규모를 총 370억달러까지 확대했다. 미국 테슬라와 애플 등과의 공급망 협력을 통한 대규모 파운드리, 첨단 칩 생산은 삼성전자의 미국 내 시장 확대를 견인하는 동력으로 꼽힌다.

 

SK그룹 역시 공격적 투자 행보를 보이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인디애나주 웨스트 라파예트에 38억7천만달러를 들여 차세대 반도체 공장을 준비한다. SK온도 포드와의 합작공장 가동을 앞두는 등, 배터리 및 전기차 부문에서 미 시장 지배력 확대에 나선다.

 

현대차그룹은 4년간 260억달러 규모의 투자로 전기로 제철소, 메타플랜트 아메리카 생산능력 확대, 로봇공장 신설 등 세부 사업에 본격 착수한다. 1986년 미국 시장 진출 이후 현재까지 누적 415억달러를 투자하며, 단일 그룹 기준 한국계 최대 대미 투자자로 자리매김했다.

 

LG그룹은 LG에너지솔루션이 미시건·오하이오·테네시·조지아 등 전략 거점에 생산기지를 구축한다. 현대차·혼다 등과의 합작공장은 북미 공급망 강화에 중추 역할을 한다는 평가다.

 

한화와 HD현대는 조선 협력과 방위산업 투자로 협업 범위를 넓힌다. HD현대는 미국 방산 조선사 HII, 상선업체 ECO 등과 파트너십을 맺었고, 미시간대·MIT 등과 손잡고 조선 인재 양성에도 힘쓴다. 한화는 미 현지 조선소에 추가 투자와 핵잠수함 공동 건조 등도 모색한다.

 

정치권에서는 한미 경제협력 강화가 곧 대미 외교 성과라는 점에 주목하며, 향후 정치·선거 구도에도 영향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재계 일각에서는 민간 투자 주도의 실질 이행이 정부의 신속한 지원과 연결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만 일각에서는 공급망 제고에 쏠린 대규모 투자와 국내 산업 정책 간 연계 방안 또한 신중히 조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확산된다.

 

이날 국회와 정가에서는 1천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가 한미 경제동맹 심화의 시금석이 될지 주목하고 있다. 정부는 향후 관계 기업과의 긴밀한 협의를 거쳐 추가 투자 및 기술 협력 방안을 적극 검토할 계획이다.

신민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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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삼성전자#한미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