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 류마티스 첫 빅데이터 분석”…국내 유병률·발생률 공식 제시
빅데이터 기반 역학 분석이 소아 류마티스질환 관리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연구팀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청구 데이터를 활용해 국내 16세 미만 소아특발성관절염의 유병률과 발생률을 처음 공식 수치로 제시함으로써, 희귀 소아질환에 대한 진단 기준과 정책 수립을 뒷받침할 수 있는 기반 연구로 평가받고 있다. 업계와 의료계는 이번 연구를 국내 소아희귀질환 관리의 분기점으로 본다.
정대철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안종균 세브란스병원 소아감염면역과 교수, 민은정 가톨릭대 의생명과학교실 교수팀은 2010~2019년 만 16세 미만 소아특발성관절염 환자 1728명에 대한 건강보험 빅데이터를 분석해 국내 유병률과 발생률을 수치로 밝혔다. 만 16세 미만 인구 10만명당 평균 유병률은 15.9명, 연간 발생률은 2.2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남아 대비 여아에서 유병률이 더 높았고, 연령별로는 청소년기(13~16세)에서 가장 빈도가 높았다.

연구팀은 국제질병분류(ICD-10)상 소아 류마티스관절염(M08 코드)과 보건복지부 희귀난치질환 등록(V133 코드) 양쪽 기준을 모두 충족한 환자군만을 엄선했다. 이를 통해 실제 임상에서 확진 받은 환자 데이터만 다뤘다는 점에서, 기존 보고들과 차별화되는 진단 특이성과 신뢰도를 확보했다는 분석이다.
소아특발성관절염은 아형별 임상양상과 예후가 다양해 조기 진단과 치료가 어려운 희귀 자가면역질환이다. 일부 환자에서는 관절 이외에 눈의 염증이 동반돼 시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진단 시기는 여아는 유아기부터, 남아는 사춘기 무렵 증가하는 분포를 보였다. 이러한 세부 역학은 향후 표준 진료지침 수립과 환자 맞춤 치료전략 개발에 실질 자료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빅데이터 기반 연구는 기존 임상경험에 의존해왔던 희귀소아질환 관리 체계에 근거 자료를 제공한 첫 사례다. 해외에서도 유사 질환에 대해 보건의료 빅데이터를 활용한 인구 기반 분석이 확대되고 있으며, 데이터에 입각한 치료 가이드라인 및 지원정책 마련 움직임이 강화되는 추세다.
국내 역시 희귀질환 국가등록, 약제비 지원 등 정책 수요가 커지는 가운데, 실제 환자 규모와 특성을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데이터가 필수 기반으로 꼽혀왔다. 보건의료계에서는 “진료 현장에서는 소아 관절통을 단순 성장통으로 지나치는 경우가 많아 질병 조기진단과 예후 관리가 중요하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연구팀은“이번 빅데이터 분석을 바탕으로 앞으로 아형별 치료 반응, 약물 사용 패턴, 장기 예후까지 국내 현실에 맞는 소아 류마티스질환 표준 진료지침 마련 및 환자 맞춤형 치료전략 수립에 연구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산업계와 의료계에서는 이번 역학 기반 수치가 실제 임상과 정책 현장에 어떻게 적용될지, 희귀 아동질환 지원 체계 변화로 이어질지 주시하고 있다. 기술, 데이터와 임상, 의료정책 간 균형이 새로운 성장과 의료 혁신의 조건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