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
“흐린 하늘 아래 펼쳐지는 파로호의 고요”…양구, 여름에도 자연과 여유의 시간
라이프

“흐린 하늘 아래 펼쳐지는 파로호의 고요”…양구, 여름에도 자연과 여유의 시간

조민석 기자
입력

요즘 양구를 찾는 여행객이 늘었다. 예전엔 ‘맑고 쨍한’ 날씨만이 여행의 조건처럼 여겨졌지만, 지금 양구에서는 흐린 하늘 아래에서 누리는 자연 그대로의 여유가 새로운 일상이 됐다. 그만큼 날씨에 얽매이지 않고 계절의 변화를 느끼려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이다.

 

양구는 체감기온 31도를 넘는 더운 여름에도 특별한 풍경과 피서를 동시에 안겨주는 명소로 꼽힌다. 특히 파로호는 한국전쟁의 상흔이 만든 인공호수지만, 지금은 조용하면서도 드넓은 물결 위로 안개가 흐르는 운치로 여행객들을 사로잡는다. 흐린 날, 호숫가 산책로를 걷는 것만으로도 답답했던 일상이 조금은 잦아든다고들 고백한다.

사진 출처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파로호
사진 출처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파로호

실제로 양구는 청정 계곡 두타연과 한반도 지형을 닮은 한반도섬, 다양한 희귀식물을 만날 수 있는 양구수목원, 실내 체험이 가능한 국토정중앙천문대까지 실내외 명소가 두루 잘 갖춰져 있다. 두타연의 맑고 차가운 물에는 발을 담그는 것만으로도 한여름 더위가 잦아든다. 다만 물살이 빨라지는 비 오는 날엔 안전에 더욱 신경 써야 한다.

 

여행객 김유정 씨(32)는 “양구의 흐린 하늘 아래 거니는 파로호 산책로의 고요가 오히려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며 “요즘은 날씨에 상관없이 자연을 더 가까이에서 느끼고 싶다”고 표현했다. 그러다 보니 가족 단위 여행객은 물론, 적당한 거리두기를 원하는 트레킹족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양구의 이런 분위기에 반응하는 모습이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흐린 날씨에 보는 한반도섬은 진짜 신비롭다”, “수목원은 실내 공간도 잘 돼 있어 여름 휴식 장소로 최고” 등, 이전보다 여행의 조건과 계절을 너그럽게 받아들이는 발걸음이 읽힌다.

 

전문가들은 이런 흐름을 ‘날씨에 따라 라이프스타일을 유연하게 바꾸려는 심리’로 설명한다. 한 트렌드 연구자는 “날씨에 연연하기보다 자연이 주는 감각 자체를 열린 태도로 받아들이는 것이 일상을 더 풍요롭게 만든다”며 “흐린 날의 여행도 충분히 가치 있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양구의 여름 여행은, 단지 명소를 둘러보는 데 그치지 않는다. 흐린 날 그늘진 숲길과 조용한 실내 공간에서 만나는 사소한 휴식이 곧, 현대인의 바쁜 하루를 덜어주는 리셋 버튼이 된다.  

 

작고 사소한 변화지만, 우리 삶의 리듬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

조민석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양구#파로호#두타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