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이 세탁물도 정리한다”…피규어, 헬릭스 첫 성공에 가사 혁신 신호
미국 AI 로봇 기업 피규어가 인간형 로봇 ‘헬릭스’로 세탁물을 스스로 개고 정리하는 데 성공하면서 가정 내 가사 노동 혁신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기존 산업·물류 분야를 넘어 인간과 유사한 인지와 동작, 복구 기능을 갖춘 가사로봇 기술의 실현 가능성이 본격적으로 떠오르고 있다. 업계는 이번 기술 시연을 '실생활 로봇 경쟁의 전환점'으로 본다.
피규어는 현지시간 12일, 헬릭스가 수건 등 직물 세탁물을 자율적으로 골라내고 접으며, 다수의 변형과 예외 상황에서 복구까지 가능함을 영상으로 공개했다. 이로써 인간형 로봇이 반복동작만이 아닌, 실제 환경 내 유연한 판단과 시행착오 복구 능력을 입증한 첫 사례가 마련됐다.
기술적으로는 ‘비정형물 적응 자동화’가 핵심이다. 천은 형태가 고정되지 않고 손가락으로 미끄러지는 등 예측 불가 변형이 수백 가지에 달한다. 단순 패턴 암기로는 한계가 크기 때문에, 헬릭스는 실시간 시각 인식(AI 비전)과 섬세한 힘·포지션 제어(휴머노이드 로봇 그립 제어)를 결합했다. 여러 장의 세탁물이 함께 잡힌 경우 남은 물건을 복구하는 어댑티브 알고리즘도 적용됐다. 피규어 측은 기존 산업용 로봇보다 “다차원 환경 적응성이 2배 이상 향상된 독립성”을 강조하고 있다.
가사 영역 자동화는 기존 물류·공장용 로봇이 담당하던 규격화된 반복작업과 달리, 현실적·복잡한 집안 환경에 최적화된 연구가 필요하다. 이번 데모는 실제 세탁물 개기라는 생활 과제를 다루어, 병원·노령층·장애인 가정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여지가 크다는 평가다.
글로벌 로봇 시장에서는 테슬라의 옵티머스, 아마존의 디지털 피킹 로봇 등도 손동작 정밀화와 적응형 행동을 핵심 차별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특정 가사 동작의 고도화와 복구 로직 공개는 피규어가 선도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 일본 기업이 추월 경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향후 소프트웨어 알고리즘 및 AI데이터 축적이 경쟁력을 가르는 포인트로 떠오르고 있다.
한편, 가사로봇 상용화를 둘러싼 윤리·책임소재·데이터 규제 문제도 제기된다. 미국 FDA 등 규제 기관이 의료·복지 로봇에서 안전성 인증 기준을 강화하는 가운데, 민간 영역 로봇에도 상황인지와 비상정지 등 최소 안전장치 의무화가 논의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인간형 로봇의 실제 생활 과업 수행이 본격화되면 가사노동의 패러다임 전환이 현실이 될 수 있다”며, “실제 시장 도입 시기와 역할에 따라 산업구조 자체의 변화가 동반될 가능성도 있다”고 진단했다. 산업계는 이번 성과가 가사로봇 시장 확장으로 이어질지 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