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13분대 충격”…체벳, 유진 5,000m 신화→세계 육상 패러다임 변동
짧은 순간, 한계가 무너졌다. 정적이 흐르던 트랙은 한 여성이 결승선을 통과하자 환호로 뒤덮였다. 체벳의 질주는 기록의 벽을 넘어, 육상 역사의 새로운 지점을 열어젖혔다.
2025 유진 다이아몬드리그 & 프리폰테인 클래식이 6일 미국 오리건주 유진 헤이워드 필드에서 열렸다. 여자 5,000m 결승에서 비어트리스 체벳은 13분58초06을 기록하며 사상 처음으로 14분의 장벽을 깼다. 기존 세계기록(14분00초21)을 2초15 앞당겼고, 2위였던 아그네스 은게티치(14분01초29)마저 14분 대를 위협했다.

체벳은 경기 내내 페이스를 주도했다. 트랙 위에서는 여유 없이 이어진 선두 다툼과 견제 속에서도 집중력을 놓치지 않았다. 결승선이 가까워오자 체벳의 걸음은 더욱 빨라졌고, 마지막 400m에서 선두와 격차를 벌리며 경이적 속도로 트랙을 질주했다. 결승선을 끊은 체벳은 주먹을 불끈 쥔 채 감격을 만끽했고, 관중들은 전율 어린 박수로 그 순간을 맞이했다.
이날 체벳의 세계기록 경신은 2023년 같은 무대에서 구다프 츠게이가 세운 14분00초21을 단숨에 뛰어넘은 것이다. 무엇보다 14분 벽이 한 번도 무너진 적 없었다는 점에서, 이날 기록 달성은 여자 중장거리 육상 계보를 완전히 새로 썼다는 평이 뒤따랐다. 체벳은 "오늘의 레이스는 평생 잊지 못할 것"이라며 모든 코치진과 선수들에게도 감사의 메시지를 전했다.
체벳은 이번 시즌 파리 올림픽 5,000m와 10,000m에서 금메달을 차지했고, 10,000m 세계기록(28분54초14)까지 보유하게 됐다. 연이은 기록 경신으로 단숨에 현역 여자 장거리 최강자로 자리매김했다.
프리폰테인 클래식 대회는 이날 여자 1,500m·100m, 남자 100m 등 다양한 종목에서 신기록이 속출한 격전장이었다. 케냐의 페이스 키프예곤이 여자 1,500m에서 3분48초68로 자신의 종전 세계기록(3분49초04)을 0.36초 앞당겼다. 미국의 멀리사 제퍼슨은 여자 100m 결승에서 10초75로 ‘올림픽 챔피언’ 쥘리앵 앨프리드를 0.02초 차로 따돌리고 우승을 차지했다. 남자 100m에선 자메이카의 키셰인 톰프슨이 9초85를 기록하며 정상에 올랐다.
이번 유진 다이아몬드리그는 올림픽 챔피언과 세계기록 보유자들이 총출동하며 깊은 인상을 남겼다는 평가다. 특히 체벳의 경이적 기록은 지금까지의 여자 장거리 패러다임을 바꾸는 순간이 됐다. 트랙을 가득 채운 현장의 환호성, 감탄하는 팬들의 목소리는 경기 후에도 오랫동안 이어졌다.
뜨거웠던 트랙 위, 새로운 세대가 써내려가는 도전의 역사가 이어지고 있다. 세계기록을 다시 쓴 체벳의 다음 걸음을 세계 육상계는 숨죽여 지켜보고 있다. 유진 다이아몬드리그와 프리폰테인 클래식 등 미주 지역 시합은 시즌 내내 이어지며, 체벳의 도전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