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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 전산장비 관리 구멍”…감사원, 국가정보자원관리원 재발 방지책 촉구

김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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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자원관리원의 노후 전산장비 관리와 시스템 다중화 미비를 둘러싸고 책임론이 다시금 도마에 올랐다. 2023년 발생한 정부 전산망 마비 사태를 계기로, 감사원이 관련 문제점을 이미 다수 적발했음에도 불구하고 이후 실질적 개선이 이뤄지지 않아, 연이어 장애와 혼란이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 정치권과 정책 당국을 겨냥하고 있다.

 

감사원은 9월 29일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을 포함한 대국민 행정정보시스템 운영 실태에 대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감사는 2023년 11월 대형 전산망 장애로 정부24 등 무려 189개 행정정보시스템이 마비된 상황에서, 유사 사태 재발 방지책 마련의 일환으로 시행됐다. 감사원은 이 과정에서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전산장비의 사용연차별 장애 발생률이 급증했지만, 실제 장비 교체 주기는 일률적으로 늘어나 장애 악화를 부추겼다"고 발표했다.

실제로, 내용연수 기준은 6년에서 9년까지로 늘려 적용하고 있으나, 교체 시기 미뤄진 장비 중엔 평균 장애 발생률이 100%를 넘기는 사례도 확인됐다. 또 2023년 기준 1등급 정보시스템 60개 가운데, 국고보조금 통합관리·우체국보험 콜센터 등 9곳이 서버 다중화조차 미구성 상태였고, 정부24·국가법령정보포털 등 56개 시스템은 재해복구시스템이 미구축된 것으로 조사됐다. 국민신문고서비스 등 일부 홈페이지는 데이터 정비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예산 배분 문제도 주요 원인으로 꼽혔다. 현행 체계에선 공통 네트워크 장비 등은 각 부처가 관리하는 개별 장비보다 예산 배정에서 우선순위가 뒤로 밀리고 있었다. 이는 소위 '주인 없는 장비' 취급으로, 장애 대응에 취약점을 낳는 구조라는 감사원의 진단이 뒤따랐다. 더구나 핵심 장비에 최신 소프트웨어 패치조차 제대로 점검되지 않았다는 지적까지 추가됐다.

 

2023년 대규모 장애 당시 관제시스템상의 알림이 이미 떴음에도, 종합상황실이 이를 미리 인지하지 못하고, 서울청사 당직실 역시 부적절하게 대응하며 골든타임을 놓친 정황도 드러났다. 실제로 장애 대응반 소집은 최초 장애발생 시점에서 2시간 43분이나 지체된 것으로 확인됐다.

 

정치권과 전문가들은 "한차례 대형 전산망 장애 후 재발 방지 약속이 무색하다"며 운영 당국에 대한 책임론을 제기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노후 전산장비 교체·재난대응 시스템 투자 확대 등 실질적 정책 개선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에 대해 감사원은 "내용연수 및 교체 우선순위 기준을 재정립하고, 시스템 다중화 등 근본적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라"고 관리기관에 지시했다.

 

정부는 향후 공통장비 교체 기준을 신설하고 주요 행정정보시스템에 대한 다중화·재해 복구 체계 보강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날 정치권은 국정자원관리원 장애 대응을 두고 책임 소재를 놓고 공방을 벌인 가운데, 관리 체계 전반의 패러다임 전환 요구가 정가에 확산되고 있다.

김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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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국가정보자원관리원#전산망마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