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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로 참전용사 삶 기록”…포항공대 김민석, 자서전 제작 프로그램 개발
정치

“AI로 참전용사 삶 기록”…포항공대 김민석, 자서전 제작 프로그램 개발

한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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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전용사 구술 기록의 방식을 두고 젊은 공학도와 국가보훈 기관의 시도가 맞붙었다. 포항공대(POSTECH) 김민석 학생이 인공지능(AI)를 활용한 자서전 제작 프로그램을 개발하면서 6·25와 월남전 참전용사 등 보훈 대상자들의 삶을 기록하는 방식이 주목받고 있다. 참전용사들의 생생한 증언과 AI 기술력이 결합한 이번 시도는 미래 보훈정책에도 새로운 대안을 던지고 있다.

 

22일 경북남부보훈지청에 따르면, IT융합공학과와 컴퓨터공학을 전공하는 김민석(26)씨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포항에 거주하는 6·25 참전용사 3명을 직접 인터뷰해 자서전 파일로 제작했다. AI가 자동으로 인터뷰 질문을 생성하고, 인터뷰 대상자의 답변을 바탕으로 자서전 초안을 완성하는 방식이다. 김씨는 “월남전 참전용사이자 국가유공자인 큰아버지께서 자신 이야기를 남기고 싶다고 하신 것이 시작이었다”고 밝히며, 프로그램 개발의 취지를 설명했다. 그는 지도교수 박상돈 인공지능대학원 및 컴퓨터공학부 교수의 조언을 받아 손주 프로젝트(SONJU 프로젝트)를 완성했다. 손주라는 명칭에는 ‘손주가 할아버지 이야기를 자서전으로 남긴다’는 의도도 반영돼 있다.

프로그램은 인사, 자서전 개요 설명, 본질 질문, 추가 질문 등 일련의 대화를 구조화해 진행된다. AI가 생성한 질의를 보조자가 대신 읽어주는 형태로, 고령의 참전용사도 손쉽게 답변이 가능하다. 인터뷰 내용은 5쪽 분량의 자서전으로 제작됐으며, 포항 연일초등학교 학생들이 쓴 감사편지와 함께 곧 참전용사에게 전달될 예정이다.

 

김민석씨의 시도에 대해 보훈 행정 관계자들은 다양하고 현실적인 보훈정책 대안으로 주목하는 분위기다. AI 활용 자서전 제작은 기존 구술 기록 방식이 가진 ‘이야기 구성의 부담’을 줄이고 개인의 삶을 기록으로 보존할 수 있는 점에서 장점이 있다. 김씨는 “정보량이 많진 않지만, 손주 프로젝트는 질문에 답하기만 하면 자동으로 스토리텔링이 이뤄지는 점에서 고령층에게 특히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그 과정에서 포항 형산강이 6·25 당시 ‘혈산강’으로 불린 사실 등 기존 사료에 담기지 않았던 증언들도 새롭게 포착됐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번 사례를 계기로 보훈정책 혁신 필요성을 다시 제기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참전용사 경험 기록 방식에 AI 등을 도입할 경우, 고령 보훈 대상자들의 삶을 효과적으로 보존할 수 있다는 주장과 함께, “기존 오프라인 기록과 상호 보완이 필요하다”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김민석씨는 “전공 지식으로 사회적 가치를 실현한다는 점에서 보람을 느낀다”며, 향후 대학원 진학 후 UN 참전국 유공자까지 인터뷰 대상을 넓힐 계획을 밝혔다.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세대 간 공감 및 국가유공자 헌신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 논의도 힘을 얻고 있다. 보훈정책의 혁신을 둘러싼 물음은 현 정국에서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는 형국이다. 정부와 국회 등 정치권은 AI 기법을 포함한 다양한 보훈정책 도입을 검토할 예정이라는 점에서, 향후 해당 프로젝트의 확산 여부가 주목된다.

한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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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포항공대#손주프로젝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