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화폰 삭제·계엄문 파쇄 혈투”…윤석열 구속심사, 특검과 변호인단 정면 충돌
정치적 충돌 지점이 법원을 무대로 옮겼다. 윤석열 전 대통령을 둘러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계기로,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팀과 윤 전 대통령 변호인단이 혐의 소명과 증거인멸 우려를 두고 첨예하게 맞섰다. 윤 전 대통령의 신병 확보 여부에 정국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9일 오후 서울중앙지법에서 남세진 부장판사 주재로 윤 전 대통령 영장실질심사가 시작됐다. 구속영장은 국무위원의 계엄 심의권 방해, 허위 계엄선포문 작성·파쇄, 체포영장 저지, 비화폰 통신기록 삭제 등 5개 혐의에 근거해 청구됐다. 특검팀에서는 박억수 특별검사보와 김정국·조재철 부장검사가, 윤 전 대통령 측에서는 김홍일 변호사 등 6명과 윤 전 대통령 본인까지 출석하며 긴장감이 맴돌았다.

특검 측은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신임을 배반한 행위"라며 중대범죄임을 강조했다. 특검은 일부 국무위원만 참석시켜 계엄 심의권을 무력화했고, 사후 허위 계엄선포문을 만들어 기록물을 파쇄했다는 점, 언론용 허위정보 배포, 비화폰 통화기록 삭제, 대통령경호처를 통한 체포영장 집행 저지 지시 등 혐의 모두 증거인멸과 회유 정황이 있다고 주장했다. 강의구 전 대통령실 부속실장과 김성훈 전 경호처 차장이 진술을 번복한 과정에서 윤 전 대통령 변호인단의 개입이 있었던 것으로 본다고도 덧붙였다.
반면 윤석열 전 대통령 측은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국무회의 참석 시 긴급성을 고려해 연락한 것이고, 계엄선포문은 지시한 적이 없다는 점을 전면 강조했다. 언론 대응용 PG(프레스가이던스) 작성, 비화폰 정리 역시 직무상 정당한 조치였다는 반론이었다. 체포영장 집행 저지의 경우, "내란 혐의 수사권이 없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집행 자체가 위법"이라고 맞섰고, 수사·재판에 성실히 임하고 있음을 피력했다.
양측 모두 방대한 파워포인트 자료까지 준비해 심문에서 팽팽히 맞섰다. 법조계는 쟁점이 워낙 복잡한 만큼 심사가 장시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의 신병 처리는 이번 심사 결과에 달려 있다. 구속영장이 발부될 경우 지난 3월 8일 구속취소로 풀려난 지 넉 달 만에 재구속되는 수순으로 접어든다. 심사 후 윤 전 대통령은 곧바로 서울구치소에서 결과를 기다리게 되며, 결정은 밤늦게 또는 10일 새벽으로 점쳐진다.
이날 서울중앙지법에서 벌어진 특검과 변호인단의 치열한 공방은 윤 전 대통령 거취뿐 아니라 한국 정치 지형에도 중대한 변화를 예고한다. 정치권은 구속 여부에 따라 향후 정국의 주도권을 놓고 한층 격렬한 논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