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시장 앞 가로막힌 보상의 벽”…KBL, 이적 갈증 심화→제도 변화 갈림길
봄비가 내린 구장, 열띤 팬들의 기대마저 잠시 멈춘 자리에서 FA 시장의 문은 열렸다. 그러나 수십 명의 이름이 오르내릴수록, 선수와 구단 사이엔 보상의 ‘벽’이 더욱 높아 보였다. 변화의 바람을 기다리는 농구계, 자유라는 이름 아래 숨겨진 제도의 무게가 묵직하게 시장 한가운데를 지배했다.
한국프로농구연맹(KBL)의 자유계약선수(FA) 보상 규정은 지난 2000년 도입된 이래 24년 동안 변하지 않았다. 직전 시즌 보수 서열 30위 이내 FA가 새 구단에 입단할 경우, 원소속 구단에선 보상 선수 1명과 연봉 50% 또는 연봉의 200% 상당 금액을 택해 받아야 한다. 사실상 스타급 선수를 데려가기 위해선 구단마다 큰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해마다 구단들은 선수 연봉을 다각도로 조정해 보수 서열을 관리하고, 기대되는 FA 자원의 이동도 지지부진하게 흘러가는 모습이 반복됐다. 35세 이상 혹은 보수 50위 이하 선수만 예외라는 규정도, 진정한 의미의 ‘자유’를 가두는 족쇄로 받아들여졌다.
이와 같은 구조적 한계는 매번 논란의 불씨가 됐다. 신영락 한국축구지도자협회 사무총장은 “선수 확보에 애쓰는 구단 입장이 너무 크게 반영됐다. 결국 선수들에게도 족쇄가 되고, 리그 전반의 전력 평준화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진단했다. 강준호 서울대 교수 역시 “NBA와 달리 KBL은 전력이 약한 팀이 우수 자원을 영입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지적해, 글로벌 리그와의 경쟁력 비교까지 논의 폭이 번졌다.
현장 선수들 또한 불만을 감추지 않는다. kt의 문성곤은 “보상 규정이 이동 자체를 막는데 과연 이게 ‘자유계약’이냐”고 토로했고, KBL 사무국 김성태 사무차장 역시 “아직 제한이 있는 건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완화 움직임이 언급되지만, 실질적으로 핵심적인 보상 기준은 거의 10년 넘게 변하지 않았다.
2016년 직군별 영입 제한 규정이 폐지되는 등 일부 변화가 시도됐으나, FA 보상 선수와 금액 구조는 여전히 견고하다. 지난해 꾸려진 FA 제도 점검 태스크포스도 논의만 오갔을 뿐, 실효성 있는 개선책은 미뤄진 상태다. 각 구단 사정에 따라 이견이 커, 리그 이사회의 논의도 빈번히 겉돌았다. 구조적 전환 없인 실질적 변화가 쉽지 않다는 현장의 목소리 역시 이어지고 있다.
이대성 등 해외 진출 선수의 재복귀 사례가 나올 때마다 FA 제도 문제가 재조명, 순수한 자유 이적 시장의 실현 가능성과 KBL의 장기적 경쟁력 확보로 방향이 넓어진다. 선수, 구단, 리그 각각의 이해가 첨예하게 엇갈리는 현실 속에서 패러다임 전환의 요구는 점점 더 뜨거워진다.
팬들의 관심 또한 ‘구단 논리’에서 ‘선수의 권리’로 확장되고 있다. 이번 오프시즌 FA 일정과 각 구단의 새로운 태도 변화, 그리고 리그가 제도개선 논의에서 어떤 결실을 맺을지, 농구 팬들의 시선이 모여든다.
무거운 정적 사이 숨어 있던 작은 목소리가 어쩌면 농구계의 미래를 다시 쓰게 될 시점. 권리와 기회의 균형, 그리고 순수한 열정의 복원이야말로 모두가 그리워하는 FA 시장의 진짜 얼굴일지 모른다. KBL은 2024-25시즌 개막을 앞두고, 보상 규정 완화 등 제도개선 논의를 다시 시작할 예정이다. 그 움직임이 현장에 잔잔한 파문을 남길지, 농구장을 찾은 모두의 마음속에 조용한 울림을 전하게 될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