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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지능 대 응용지능”…미중, AI 전략 차별화로 경쟁 심화
IT/바이오

“초지능 대 응용지능”…미중, AI 전략 차별화로 경쟁 심화

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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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이 인공지능(AI) 개발 전략에서 뚜렷한 대조를 보이고 있다. 미국은 범용인공지능(AGI) 또는 초지능(ASI) 개발에 집중하며 전 세계 기술 리더십을 유지하려 하고 있으며, 중국은 효율성과 시장성을 강조한 실용적 AI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이러한 차이는 각국의 기술투자 패턴, 산업 구조, 정책 방향을 통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글로벌 산업계는 이번 양국의 기술 전략 경쟁을 ‘미래 AI 패권의 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미국 주요 AI 기업들은 2027년 AGI(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 실현을 목표로 강도 높은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메타, 구글, 오픈AI 등은 데이터센터, 인력, 에너지 자원 확보에 나서며, AGI가 군사 전략, 암 치료, 기후 변화 대응, 노동 혁신 등 다양한 분야에서 근본적 변화를 이끌 것이라고 전망한다. 미국 의회도 최근 AGI 개발을 위한 ‘맨해튼 프로젝트’ 제안을 검토 중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AI가 단순한 도구를 넘어 인간 수준의 지능 체계로 진화할 것이란 기대를 반영한다.

이에 비해 중국은 시진핑 주석의 지침 아래 “응용 지향적” 기술 개발을 최우선 순위로 두고 있다. 자국 산업의 생산성 향상과 국민 생활의 편의성을 높이는 실용적 AI 응용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실제로 중국은 고교 입학시험 자동 채점, 일기예보, 스마트 농업, 공장의 지능형 로봇 운영, AI 기반 병원 시험운영 등 사회 각 분야에서 AI 활용을 확대 중이다. 대표적 중국 AI 기업인 딥시크와 알리바바도 효율적 AI 솔루션 상용화와 함께 AGI 연구 역시 병행한다.

 

기술 구현 방식에서도 양국은 차이를 보인다. 미국은 초거대 AI 언어모델과 심층신경망 등 첨단 학습 기술에 집중해 ‘지능의 총합’을 구현하려 한다. 이를 위해 막대한 컴퓨팅 파워와 첨단 반도체 공급이 필수적이다. 반면 중국은 상대적으로 제한된 자원 속에서 데이터센터 투자를 진행하고, 실생활 문제 해결에 적합한 실용형 AI 모델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의 첨단 반도체 수출 제한 정책 때문에 중국 내 대규모 데이터센터 확장이 힘들지만, 실용 중심 전략이 시장 기회로 전환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장성과 활용 측면에서 미국은 신약 개발, 번역, 발표자료 제작 등 다양한 서비스에 AI를 도입하고 있지만, AGI 개발이 궁극적 목표다. 중국은 AI 기술의 실용적 도입이 더 적극적으로 진행되며, 효율 향상 및 비용 절감, 서비스 혁신 등에서 당장 수익 창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정책 면에서도 양국은 상반된 전략을 구사한다. 미국은 민간 기업의 자율적 투자와 기술 혁신을 중시하는 한편, 중국은 정부 주도의 대규모 투자 기금과 장기 비전 설정으로 국가 전략을 주도한다. 이 같은 이질적 정책 환경은 향후 글로벌 AI 주도권 경쟁을 가속화하는 배경으로 작용한다.

 

전문가들은 AGI의 단기적 실현 가능성에는 근본적 의문을 제기하면서, 중국식 실용 AI가 오히려 시장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 일례로 미국 조지타운대 제프리 딩 교수는 “미국이 선도적 기술 개발의 비용을 부담하는 동안 중국은 추종자 입장에서 현실적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일각에서는 인터넷 ‘닷컴 버블’ 붕괴 이후 승자가 판명됐던 사례처럼, AI 산업 경쟁의 판도도 장기간에 걸쳐 결정될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다.

 

산업계는 이번 AI 전략 차이가 향후 글로벌 기술, 경제, 사회 구조에 미칠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결국 기술 개발의 속도뿐만 아니라, 실제 산업 생태계와 정책 인프라 전환이 AI 시대 국가경쟁력의 핵심 조건이 되고 있다.

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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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중국#ag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