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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재정 부담에 증세 검토”…러시아, 사치세·적립금 운용 조정 본격화
국제

“전쟁 재정 부담에 증세 검토”…러시아, 사치세·적립금 운용 조정 본격화

조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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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시각 18일, 러시아(Russia) 정부는 우크라이나(Ukraine) 전쟁의 장기화로 심화된 재정적자 압박에 대해 증세와 재정 적립금 운용 기준 조정을 동시에 공식 검토한다고 발표했다. 블라디미르 푸틴(Bladimir Putin) 대통령은 사치세와 주식배당세 인상 등 고소득층에 대한 추가 증세를 본격 논의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가운데, 내년 예산안과 연동된 구체적 재정 운용 방안도 제시됐다. 이번 러시아 정부의 조치는 유럽연합(EU) 및 미국(USA) 등 서방의 전방위 에너지 제재로 재정 여건이 악화된 상황에서 관련국 및 국제 에너지 시장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러시아 정부가 공개한 증세 방안에는 부가가치세율 인상, 신규 사치세 신설과 함께 주식 배당세 상향 등이 포함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러시아는 2021년부터 누진소득세 체계를 채택하고 올해 고소득자에 대한 세율을 더욱 높인 바 있다. 푸틴 대통령 역시 “전쟁 시기 고소득층에 대한 추가 부담이 불가피할 수 있다”며 미국이 과거 전쟁 수행 시단계적 증세에 나선 사례를 언급했다. 다만 러시아 재무부는 주식 배당세 인상 시 투자심리 위축 등 시장 충격 가능성도 주요 검토 대상으로 제시했다.

러시아, 전쟁 재정 부담에 증세 시사…재정적립금 조정 추진
러시아, 전쟁 재정 부담에 증세 시사…재정적립금 조정 추진

동시에 정부는 재정 적립금 운용의 새 기준을 담은 원유가격 조정 메커니즘을 발표했다. 2025년부터 석유 수익의 기준 유가를 매년 1달러씩 하향 조정해, 2030년에는 배럴당 55달러로 설정하는 방식이다. 현재 기준 유가가 60달러인 상황에서 실제 유가가 이를 초과하면 초과분은 국가 재정 적립금에 우선 적립된다. 이 같은 개편은 서방 원유 가격상한제와 국제 유가 변동성에 따른 예산 충격을 완화하고 재정 완충장치를 강화하는 목적이다.

 

유럽연합은 2022년 12월 러시아산 석유 가격 상한제 도입 후, 올해 9월에는 기준을 배럴당 47.6달러까지 내렸다. 이에 따라 최근 러시아의 석유 및 가스 수입도 전년 동월 대비 23% 감소했으며, 경제성장률 역시 1%대(2024년 추정)로 급락하는 등 서방 제재의 효과가 가시화되고 있다. 러시아 재무부는 새로운 운용 기준 도입으로 2025년 예산상 에너지 세입 비중이 줄어 재정 건전성에 기여할 것으로 분석했다.

 

대외적으로는 예산 ‘규칙’이 2004년부터 도입돼 원유 초과수입분을 적립금에 쌓으며 경기침체와 제재에 대한 방파제 역할을 해왔지만, 지난해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제대로 가동되지 못했다. 러시아 정부는 현재 4조 루블(약 67조 원)의 재정 적립금을 보유 중이나, 올해만 약 4,470억 루블을 예산적자 보전에 투입할 방침이어서 재원 확충은 시급한 과제다. 재무장관 안톤 실루아노프(Anton Siluanov)는 “기준 가격 개편 등을 통해 2025~2030년 예산 운영의 안정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뉴욕타임스(The New York Times)와 파이낸셜타임스(Financial Times) 등 서방 언론은 “러시아가 증세와 보수적 재정 운용으로 자국 경제 방어벽을 재구축하고 있다”는 평가와 함께, 시장의 투자 심리 악화를 우려하는 논평을 전했다. 전문가들은 기준유가 하향과 단계적 증세가 러시아가 직면한 국제 제재·재정위기 대응력 강화, 동시에 장기 성장을 제약할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한다.

 

향후 러시아의 재정 운용은 국제 유가와 루블 환율, 추가 증세 도입 속도, 에너지 수출 동향 등 복합적 변수에 따라 좌우될 전망이다. 투자자들은 내년 예산안 공식 제출(현지시간 29일 예정)과 국제 에너지시장 변동에 따른 재정 정책 변화를 면밀히 살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러시아의 전쟁 재정 대응 조치가 국제 경제·외교 질서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조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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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푸틴#재정적립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