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일우, 손끝까지 흔들린 이지혁”…화려한 날들→숨겨둔 불안 폭발의 순간
따사로운 가족의 일상으로 시작된 저녁, 변화의 그림자가 스며들며 ‘화려한 날들’의 정일우는 이전과는 다르게 흔들리는 이지혁의 내면을 설득력 있게 그려냈다. 자유로운 듯 보였던 이지혁은 일터에서 냉철함을 잃지 않으면서도, 여자친구와 가족을 앞에 둔 복잡한 표정으로 시청자의 공감대를 자극했다. 사회 초년생의 풋풋함과 달리, 30대 장남으로서의 현실은 매 순간 새로운 선택 앞에 그의 마음을 흔들게 했다.
정일우가 맡은 이지혁은 일과 사랑, 가족이라는 세 갈림길에서 날카롭게 흔들린다. 회사 내 갈등이 최고조에 달할 때조차 이지혁은 도망치지 않고 책임감을 선택했고, 사랑 앞에서는 냉정함과 따스한 진심 사이에서 고뇌했다. 아버지의 정년퇴직과 예기치 못한 재취업 난관은 그의 머뭇거림에 현실적인 무게를 더했다. 비혼을 선언하며 독립을 꿈꾸던 순간에도 가족의 현실과 자신의 이상 사이에서 망설이는 마음이 깊이 있는 눈빛으로 드러났다.

후배가 알고 보니 낙하산 본부장의 아들이라는 반전과, 갑자기 마주한 사회의 불합리는 이지혁을 더욱 크게 흔들었다. 정일우는 좌절과 분노, 그리고 모멸감이 한순간에 교차하는 표정 연기로 ‘화려한 날들’의 분위기를 단숨에 휘어잡았다. 사직서를 던진 뒤 재취업에 고군분투하는 과정에서는 20대와 30대의 경계를 지나는 이들이 공감할 만한, 어른이 돼야 하는 현실적 두려움을 깊이 있게 표현했다.
정인선이 연기한 은오의 직진 사랑 앞에서 선을 긋는 당황스러운 순간, 동시에 고원희가 분한 보아의 깜짝 결혼 제안에 흔들리는 장면은 정일우의 디테일한 감정선으로 숨결이 살아났다. 냉정과 열정, 엇갈리는 감정의 흐름이 공존하며, 이는 시청자에게 더욱 강렬한 몰입과 진한 여운을 남기는 중요한 순간이었다.
단단해 보이던 겉모습 뒤에 숨겨온 불안과 가족에 대한 책임감, 사랑과 미래를 고민하는 청춘의 초상을 정일우는 더욱 입체적으로 담아내고 있다. 전작과는 다른 깊이, 그리고 더욱 치밀하게 변화하는 표정과 말투는 드라마의 완성도를 높인다. 쉽게 답을 찾지 못하는 인생의 여러 갈림길에서, ‘화려한 날들’의 이지혁은 더없이 현실적이고 또 누군가의 모습이기도 했다.
꾸준한 연기 변신으로 자신만의 인생 캐릭터를 만들어가는 정일우의 선택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앞으로 펼쳐질 이지혁의 남은 이야기와 주변 인물들이 불러올 인생의 파도에 시청자들의 관심 또한 더해지고 있다. 정일우가 ‘이지혁’으로 새로운 감동을 쓰고 있는 ‘화려한 날들’은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 저녁 8시에 시청자를 찾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