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평 장터엔 아직도 메밀꽃이 핀다”…문학과 먹거리가 만나는 평창효석문화제의 순간
흰 메밀꽃에 온 들판이 덮이면,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봉평으로 모여든다. 문학의 한 페이지를 산책하듯, 평창효석문화제의 골목마다선 설렘과 잔잔한 기쁨이 흐른다. 예전에는 메밀꽃 필 무렵의 서정이 오래된 교과서 속 장면처럼 느껴졌지만, 지금은 모두가 직접 그 안에 들어가 추억을 만들어가는 축제가 됐다.
요즘 주말이면 SNS엔 봉평 흥정천을 배경으로 촬영한 인증샷, 메밀꽃 봉우리 사이를 걷는 가족 여행 사진이 쏟아진다. 엄마는 장터의 수수한 전을 아이 손에 쥐여주고, 아빠는 손글씨 대회에 도전하며 한참 만에 연필을 잡아본다. 특히 마당극 ‘메밀꽃 필 무렵’과 스템프북 추억 쌓기는 남녀노소 모두 참여할 수 있어 인기다. 축제에 참여한 한 방문객은 “도시에서 지친 마음이 자연과 문학 속에서 한결 가벼워진다”고 표현했다.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강원 평창군에 따르면, 평창효석문화제 기간 동안 지역 방문객 수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문학을 배경으로 하는 다양한 프로그램, 전통 장터와 현대가 어우러진 구성, 그리고 메밀꽃이 주는 계절의 감각이 도시인들의 마음에 특별히 오래 남는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지역 축제가 단순한 볼거리에서 벗어나, 사람들이 직접 참여하고 감성을 공유하는 경험 소비로 바뀌고 있다”며 “특히 자연과 예술, 식문화가 어우러지면 일상의 에너지를 회복하는 계기가 된다”고 통찰했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소설 속 풍경이 진짜 현실에서 펼쳐지는 경험”, “아이와 함께 작년에 이어 또 다녀온다”, “뜨끈한 메밀전병에 가족 모두가 웃었다” 등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축제의 대표 프로그램 외에도 불멍, 소원볼 만들기, 작은 동물원, 승마체험처럼 어른과 어린이가 한 공간에서 서로를 더 이해하며 보내는 시간이 인상적이다.
메밀꽃이 환하게 드리운 흥정천 둔치에서는 조용한 명상과 쉬어감이 어우러진다. 그냥 구경만 하는 게 아니라 직접 몸을 움직이며 추억의 한 장면을 만든다. 누군가에겐 “문학”이고, 누군가에겐 “힐링”이며, 또 다른 이에겐 오래 남는 “가족의 여름휴가”가 되는 셈이다.
작고 소박한 선택이지만, 평창에 흩뿌려진 메밀꽃 향기는 우리 삶에 잔잔한 변화를 남긴다. 문학, 자연, 그리고 사람의 온기가 만나는 이 시간은, 지금 이 순간만큼은 누구나 평범한 하루에서 벗어나 특별한 여유를 경험하는 이유가 된다.